증권시장에서 '대박'만을 위해 앞뒤 가리지 않고 가속페달만 밟는 투자자들이 있기 마련이다. 물론 이들에게 경고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제도가 있긴 하지만 유명무실하다. 한국거래소가 도입한 투자주의·투자경고·투자위험 3단계와 테마주 단속을 위해 채택한 단기과열완화장치가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과열된 주가를 식혀주는 순기능보다 더 많은 투자자를 유인하는 역기능을 초래한다는 지적도 많다. 매경닷컴은 지난 한 해 동안 투자자 보호장치가 시장에 미친 영향을 짚어보고 보완, 개선점을 논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편집자주>
도입 취지가 무색하다. 투자자들도 발동 여부에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테마주에 대한 과열현상을 막아 건전한 시장 질서를 유지하겠는 도입 배경은 이미 퇴색된지 오래다.
한국거래소(이하 거래소)의 '단기과열 완화장치' 이야기다.
시장에서는 '단기과열 완화장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개인 투자자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치 나방을 불러들이는 '불' 노릇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2014년 첫 거래일부터 폐장일까지 '단기과열 완화장치'가 발동된 39개 기업 중에 발동 이후 해제 당일 종가가 상승한 기업은 24개(61.5%)에 달한다. 해제 전일 종가 기준으로 계산하면 39개 기업 중 26개사(66.6%)로 늘어난다.
절반이 넘는 기업이 단기과열 완화장치 발동에도 주가가 상승한 것.
이중 국동(올해 2월 25일 발동)은 발동일 2875원에서 해제 전일 3850원까지 33.9% 올랐고 대성창투 역시 해제일 전일까지 34% 넘게 급등했다. 리젠(33.3%), 엠게임(17.7%), 솔고바이오(16.5%), 옴니텔(14.9%)도 상승폭이 컸다.
동성제약, 리젠, 아이리버는 해제일 기준으로 계산해도 '단기과열 완화장치 발동' 이후 20% 넘게 상승했다.
반면 발동 이후 과열 조짐이 줄어들면서 주가가 하락한 기업들도 14개사 정도다. 단 경남기업(-13.43%), 보령메디앙스(-14.79%), 파미셀(-7.94%) 등 대다수의 기업들의 주가 하락폭은 크지 않았다.
증권가의 한 스몰캡 애널리스트는 "단기과열 완화장치 자체가 하나의 시그널로 작용하고 있는 역효과도 있다"며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해당 기업이 테마로 엮여 주가가 오르고 있다는 사실을 거래소가 공식적으로 알려주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는 "대통령 선거 등 정치 이슈나 각종 테마주가 인기를 끌 때 테마주들의 움직임을 보면 단기과열 완화장치 발동을 피하기 위해 인위적인 주가 흐름을 보이는 경우도 잦았다"며 "테마주 단속에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 확인할 수 없다. 인위적인 개입만 늘리는 허울뿐인 제도"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거래소 관계자는 "장치가 발동 되면 30분 단일가 매매가 적용되고 투자 패턴이 뒤 바뀌게 되기 때문에 상당 부분 과열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며 "투자 시그널로 판단한다는 지적은 일부 극소수 투자자들에 국한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또 제도 보완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된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거래소가 지난 2012년 11월 15일부터 시행하고 있는 '단기과열 완화장치'는 당일 종가가 직전 40거래일 종가의 평균 대비 30% 이상 상승하고 최근 2거래일 평균 회전율이 직전 40거래일 회전율 평균 대비 500% 증가, 최근 2거래일 평균 일중변동성이 직전 40거래일 일중변동성 평균 대비 50% 이상 증가할 경우 발동 예고가 내려진다.
단기과열종목으로 지정되면 하루 동안 매매거래가 정지되고 이후 3일간 '30분 단위로 단일가 매매' 방식으로 거래가 체결되다 자동으로 해제된다. 단 발동종료일(4영업일) 종가가 발동일 전일 종가 대비 20% 이상
'30분 단위 단일가 매매' 방식이란 투자자 주문을 접수 즉시 체결시키지 않고 일정시간동안 주문을 모아 가장 많은 거래가 이뤄질 수 있는 균형가격으로 일시에 체결시키는 방식으로 현재 시가, 종가 등을 결정하는 방식과 동일하다.
[매경닷컴 최익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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