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카드사 정보보호팀은 새해 첫날부터 고객정보 데이터베이스(DB)를 붙잡고 며칠째 야근을 불사하고 있다. 카드 유효기간 만료가 임박한 고객의 결혼기념일, 학력, 연봉을 비롯해 부가정보로 분류되는 데이터를 일일이 발라내 연일 삭제버튼을 눌러대고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워낙 여러 곳에 고객 정보가 걸쳐 있어 일일이 찾아 핀셋으로 뽑아내듯 정보를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새해를 맞아 카드사들이 잇달아 고객정보를 다이어트하고 있다. 카드 회원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정보를 제외한 나머지 데이터를 모두 삭제하는 것이다. 지난해 1월 터진 ‘카드 3사 고객정보 유출 사건’ 1년을 맞아 카드사들이 고객 정보관리에 적극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3월 발표된 ‘금융 분야 개인정보 유출 재발방지 종합대책’이 올해 1월 1일자로 시행됐다. 금융거래가 종료된 고객에 대한 불필요한 정보를 삭제하고 주민번호 노출을 최소화하는 게 골자다.
카드사에 정보를 공개한 고객이 내 정보가 언제 어디서 쓰였는지 조회할 수 있게 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카드사에 전달한 정보가 아이스크림 전문점으로 넘어가 마케팅을 위한 쿠폰 발행에 쓰였다면 이 과정을 전부 카드 소지자가 홈페이지에서 검색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카드 소지자 개인정보 이용이 남용될 소지를 줄여 정보유출을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의도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꼭 따라야 할 의무가 없는) 가이드라인 수준이지만 지난 1월 정보 유출 사건으로 쓴맛을 본 카드사들이 자발적으로 정부 방침에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개인정보보호를 지나치게 강조하다 최근 시대 조류인 빅데이터·핀테크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신신애 한국정보화진흥원 빅데이터전략부장은 “가치 중립적인 데이터를 모아 빅데이터로 분석해 핀테크를 비롯한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는 새싹까지 자르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며 “정부와 업계의 균형 잡힌 시각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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