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적으로 사명을 변경해 '흠'을 감추려는 상장사들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회사 이름을 바꿔 이미지 제고에 나서는 모습이지만 상당 수 기업들이 부도, 횡령, 경영권 분쟁 등 위험 요인들을 떠안고 있어 투자에 주의가 요구된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이래 상호를 변경한 코스닥 상장사(인수합병, 스팩 사유 제외) 13곳으로, 이중 11곳이 최근 2년 이상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충전기, 거치대 등 모바일 주변기기를 만드는 플레이텍은 지난 7일 상호를 '로켓모바일'로 변경했다. 2013년 적자전환 후 2년 연속 100억원 안팎의 순손실이 예상되자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해 이름을 바꾼 것. '플레이텍'은 이미 지난해 3월 다스텍에서 바뀐 사명이다.
리젠(REGEN)은 이 분야서 단연 챔피언. 지난해에만 두 번 이름을 갈아치웠다. 지난 5년간 무려 5번(디지털텍-대영디티-디지털텍-쓰리원-HAM미디어-리젠)이나 사명을 변경했다.
회사 측은 단순한 '기업 이미지 제고'를 사명 변경의 목적으로 내세우지만 실상은 '흠 감추기'에 불과하다. 이 회사는 지난해 4월 채권자인 드림맥스가 경찰에 임직원 횡령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해 횡령설에 휘말렸으며 전날에는 소송 판결 지연 공시로 불성실공시 법인으로 지정돼 주권매매거래가 정지된 바 있다. 물론 2011년부터 순손실이 지속되는 등 재무상태는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4년째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수처리 및 토공업체 영진코퍼레이션은 2009년 '(주)세지'에서 '영진인프라', '와이제이브릭스'를 거쳐 올해 초 현재 사명으로 변경했다. 사업 침체로 불어난 손실과 이자비용은 지속적인 주식담보사채 발행으로 메꾸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에 회사가 공시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규모만 9건, 157억원에 달한다. 한때 부도설까지 제기된 바 있어 투자에 주의가 요구된다.
이밖에도 엔알케이(옛 피앤텔), 위즈코프(위즈정보기술), 바이오싸인(경원산업) 등은 모두 사명 변경을 통해 부실한 재무상태를 감추려는 모습이다.
통상 상호변경(계열사간 흡수합병이나 우회상장 제외)은 기업 규모나 인지도가 높지 않은 B2B기업들의 이미지 제고 전략으로 선호된다. 그러나 일부 상장사들은 기업 존속이 불투명한 수준까지 악화된 상황이라 투자자들은 신중하게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주 이름을 바꾸는 기업에 대해서는 공시 내용과 주주 변동 사항 등을 살펴야 한다”며 "기업 내부적인 수익성 개선이나 사업 변동 없이 단순히 이미지 제고만을 위해 사명을 바꾸는 지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매경닷컴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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