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7일부터 지난 23일까지 최근 약 2개월 동안 국내 투자자들이 많이 거래한 해외주식 상위 20개 종목 가운데 11개가 ETF인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대금 상위 10개 종목으로 좁히면 7개가 ETF였다.
상위 20개 종목의 지난 두 달간 총거래금액은 1조140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ETF 거래대금이 8370억원으로 73.4%를 차지했다.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매매가 주로 ETF로 이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많이 거래된 해외 상장 ETF 가운데서도 특히 기초 지수의 수익률이 정방향이나 역방향으로 3배인 레버리지 상품이 많았다. 지난 두 달간 해외 주식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이 거래된 ‘디렉시온 데일리 이머징마켓 Bull 3X’ ETF는 신흥국 주식 일간수익률의 3배 수익률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신흥국 지수가 하루에 3% 올랐다고 가정하면 이 ETF는 9%의 수익을 노릴 수 있고, 반대로 3%가 하락하면 9%만큼 손실을 입을 수 있는 것이다.
올해 들어 국제 유가가 연일 급락했고, 유가 하락 여파로 경제위기 우려가 커지면서 러시아 증시가 급락하자 원유나 러시아 지수 등을 3배 추종하는 ETF 거래도 많았다. 미국 S&P에너지 지수의 마이너스 3배 수익률을 추구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에너지 Bear 3X Shares’ ETF는 791억원, 같은 지수의 플러스 3배 수익률을 추구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에너지 Bull 3X Shares’도 485억원이 각각 거래됐다.
‘후강퉁(중국 상하이거래소와 홍콩거래소 간 교차거래)’ 시행 이후 중국본토 증시가 급등하면서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본토 지수 ETF를 거래하는 투자자도 많다.
김일혁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는 해외 주요국 지수나 유가가 오르거나 내릴 때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기에 급급했지만, 이제는 해외 상장된 다양한 ETF를 통해 시장의 변동성을 투자 기회로 삼으려는 똑똑한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상장 ETF에 관심을 갖는 또 다른 원인은 세금 문제 때문이란 지적이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ETF의 경우 이자·배당소득세(15.4%)는 물론 연간 이자·배당 소득이 2000만원을 넘길 경우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해외 상장된 ETF의 경우 해외주식과 마찬가지로 양도소득세 22%를 분리해서 내면 된다. 세율 자체는 국내 상장된 해외 ETF에 대한 이자소득세율보다 높지만 분리과세가 된다는 점, 또 연간 250만원까지는 기본공제가 된다는 점에서 거액 자산가들 선
한편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상장 ETF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증권사들의 해외 ETF 관련 분석 보고서도 늘어나고 있다. 김동원 SK증권 연구원의 경우 지난해 연말부터 매일 한 종목씩 유망한 해외 상장 ETF에 대한 보고서를 내놔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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