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신용평가 논란에 휩싸인 국내 신용평가사들에 대해 금융당국이 최초로 제재를 내렸다.
29일 금융감독원은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부실 신용평가를 한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NICE신용평가 3사에 대해 기관에는 기관경고(중징계)를, 임직원에게는 경중에 따라 경징계와 중징계를 내렸다. 기관경고 처분을 받으면 1년간 신규사업 진출이 제한된다. 당초 기관에는 경징계, 임직원에게는 중징계를 내릴 것으로 예상됐으나 제재심을 거치면서 신평사에 대한 경고 차원에서 제재를 더욱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들 신평사들은 기업에 예상 신용등급을 알려주고 계약을 따내거나 기업 요청으로 기업 어음 발행 이후 신용등급을 낮추거나 하는 등 ‘등급 장사’를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신평사 제재 내용은 다음달 금융위원회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금감원은 2013년 11월 신용평가 3사에 대한 정기 검사를 실시한 바 있다. 당시 법정관리를 신청한 동양과 웅진그룹, STX팬오션 등에 대한 신용평가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검사하고 지난해 6월 신평사들에 징계 예고 통지서를 보냈다. 감독당국은 신평사 제재심을 지난해 마무리할 예정이었으나 동양증권(현 유안타증권) 기업어음(CP) 불완전 판매 관련 기관과 임직원 제재심, KB금융 사태 제재심이 장기화되면서 결국 해를 넘겼다.
신평사들은 반년 넘게 끌어온 제재 여부 결정이 사상 초유의 중징계로 결론 나자 허탈해 하고 있다. 지난 15일 제재심에서 평가업무가 영업과는 관계가 없다고 항변했음에도 불구하고 금감원이 중징계 방침을 거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징계는 이해하지만 임직원에 대한 제재는 지나친 측면이 있다”며 “평가 임원에 대한 징계까지 포함되면서 평가 일선에서 향후 기업평가를 놓고 혼란이 생길 것”이라고 우
동양 계열사 신용등급이 법정관리 전부터 투기등급(BB+급) 이하로 떨어져 있어 투자자 피해의 직접적 원인이 신용등급에 있다고 보기 어렵고, 전 세계적으로 감독당국이 신평사에 징계를 내린 사례가 없어 업계에서는 ‘과도한 징계’라는 불만이 많다.
[박준형 기자 / 석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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