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1월 28일(06:01)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레이더M 기사 더보기>>>
현대증권 인수전이 미국계 글로벌 사모펀드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Apollo Global Management·이하 아폴로)와 일본계 금융그룹 오릭스 등 사실상 글로벌 금융회사간 대결구도로 전개되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주요 투자자(Anchor Investor)의 면모는 물론이고 양 인수후보(오릭스·파인스트리트)의 자금조달능력과 현대그룹과의 관계 등이 인수전의 결과를 결정지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파인스트리트의 주요 투자자로 참여한 글로벌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아폴로는 현대증권 투자를 사모펀드를 통해서가 아니라 자기자본투자(PI)를 통해 직접 진행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인스트리트 내부 사정에 밝은 한 IB 관계자는 "아폴로가 자금 회수할 필요가 없는 자기자본을 통해 공동 운용사(GP)는 물론이고 주요 자본 투자자(LP)로 참여하는 것으로 안다"며 "파인스트리트가 구상하는 IB모델에서 특히 관심이 높은 부분이 있고 이 때문에 아폴로가 직접 경영에 참여할 예정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파인스트리트측은 아폴로 외에도 해외 투자자 한곳으로부터 자금을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기관투자자 중에서는 새마을금고와 교직원공제회가 투자를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인스트리트 관계자는 "시장 일각에서 우려하고 있는 자금조달에 대한 우려는 적절치 않다"며 "글로벌 사모펀드 아폴로는 물론이고 국내 기관투자가 중 지분 투자가 가능한 주요 연기금이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파인스트리트의 이와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파인스트리트의 자금조달능력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은 있다. IB 관계자는 "아폴로가 조건부 투자확약서(LOC)를 제시한 것은 투자에 대한 확신을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국내에서 자금회수 없이 영구적인 투자를 할 지 여전히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파인스트리트는 현대증권을 인수할 경우 공동 GP인 조건호 회장과 아폴로가 직접 경영에 나서는 것은 물론이고 글로벌 금융회사에 포진한 주요 IB 인사를 영입해 현대증권을 한국을 대표하는 IB로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현대증권의 지점 영업망을 줄이거나 과도한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당초 유력 인수후보로 거론됐던 오릭스PE(프라이빗에쿼티)는 90조원에 달하는 일본 본사의 탄탄한 자금력을 기반으로 현대증권을 아시아의 금융 플랫폼으로 키우겠다는 입장이다. 자산운용사(2013년 유럽의 자산운용사 로베코 인수)-구조조정전문 IB(미국의 훌리안 로키) 등 오릭스그룹 내 금융 자회사와 연계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오릭스는 본사 자금을 중심으로 증권금융, 우리은행, 농협 등의 국내 기관투자자로부터 투자확약서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IB 관계자는 "오릭스가 국민연금과도 투자유치 협상을 벌인 것으로 안다"며 "국내에서 2002년 대한생명을 시작으로 최근 STX에너지와 현대로지스틱스 투자에 이르기까지 투자성공 경험이 많다는 것이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양 후보가 써낸 가격은 1조원대 초반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 보유 지분(22.43%)와 동반매각권(태그얼롱)을 지닌 2대주주 자베즈파트너스 지분 9.54% 등을 포함한 매각지분 36% 가량에 대해 현대증권 장부가(1만1500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으로 가격을 써낸 것이다. IB 관계자는 "인수구조를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금액에 차이가 있을수 있지만 양측이 대체로 1조1000억~2000억원대 수준의 금액을 써낸 것으로 안다"며 "인수금액의 차이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자금조달능력과 딜 클로징 여부, 현대그룹에 얼마나 우호적인 인수구조를 짰는지 여부 등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의 주요 판단기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그룹과 매각주관사인 산업은행은 양 인수후보가 제시한 안을 비교분석하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목전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B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매각에 신중을 기하는 측면에서 발표가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지만 이번주를 넘기지는 않을 것"이라며 "내부적으로 이미 결정을 했다는 시각도 있어 이르면 오늘이라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봉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