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조원 언저리에 머물던 원자재 펀드 설정액은 어느새 1조4000억원대로 불어났다.
6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부터 5일까지 원자재 펀드에는 4192억원이 몰려들었다. 천연자원 펀드에도 자금 4156억원이 새로 들어왔다. 이들 펀드는 구리 등 원자재값이 하락세에 접어든 2012년부터 3년간 자금이 순유출됐지만 달러화 강세가 점쳐지는 올해 초 돌연 유입세로 돌아섰다.
금·구리 등 원자재 시세는 2012년 이래 줄곧 부진을 이어왔다. 지난해에만 -12.9% 수익률을 기록한 원자재 펀드의 최근 3년간 수익률은 -33.37% 수준이다.
세계 경제의 계속되는 위기와 ‘원자재 블랙홀’ 중국의 성장세 둔화, 미국 경제 회복 등 모든 거시 환경이 원자재에 부정적이었던 것. 여기에 역사적으로 원자재값과 반대로 움직이는 달러화 강세가 예고되면서 장기적인 전망도 불안했다.
그런데 최근 금과 유가가 바닥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회복 가능성을 점치는 견해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11월 온스당 1142.3달러로 3년래 최저치를 기록한 국제 금 시세는 연초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로 130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국제유가도 이달 들어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중질유가 배럴당 50달러 선을 회복하는 등 반등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등에서 공급 과잉이 일부 해소되면서 바닥에서 회복된 것이다. 원자재 펀드와 금펀드 수익률도 유가와 금값이 회복되면서 지난달 각각 3%, 8.36%의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연초 대외 불확실성에 폭락하면서 5년 최저가를 갈아치운 구리도 최근 중국의 수요 확대와 공급 과잉 해소 기대로 전망이 개선되고 있다. 윤성철 현대선물 원자재 애널리스트는 “춘제를 앞두고 중국 당국의 경기 부양 기대감이 확대되고 유로존도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전반적인 상황은 다시 상승하고 있다”며 “금융위기 이후 가격적인 매력은 가장 높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달러화 강세라는 악재를 끼고 있고 유럽·중국 부양정책의 실효성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일시적 가격 반등을 보고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요를 따질 수밖에 없는 원자재와 천연자원 특성상 세계시장의 소비가 늘어나지 않으면 기대만큼 가격
전문가들은 천연자원·원자재 펀드에 대한 투자는 분산투자 차원의 접근이 맞다고 말한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원자재 가격이 많이 하락했지만 시장 전망은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비전문가인 개인들은 철저하게 분산투자 차원에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석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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