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형 전원주택인 타운하우스를 공급하는 업계의 ‘반성’이다. 2000년대 중후반 유럽형 고급 저택 콘셉트로 공급된 타운하우스는 부동산 경기 불황 속에 외면을 받으며 미분양의 대명사가 됐다. 삽을 뜨기는커녕 분양 자체를 미루는 사업지도 속출했다. 그런 타운하우스가 크기를 줄이고 가격 거품을 뺀 실속형 주택으로 변신해 젊은 층을 파고들며 부활을 노리고 있다.
1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경기 분당, 용인, 파주, 남양주 등 수도권에서 타운하우스 분양이 재개되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잇달아 발표한 부동산 규제 완화 덕분에 주택 시장에 온기가 퍼지고 유례없는 전세난으로 내 집 마련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타운하우스도 수요자 공략에 나서는 것이다.
과거 실패를 거울 삼아 환골탈태한 타운하우스는 분양 성적이 좋다. 경기도 용인시 서천지구에 총 300여 가구로 짓는 ‘신영통 세인트캐슬 빌리지’는 지난해 6월에 분양을 시작한 1차 112가구가 약 3개월 만에 완판됐으며 이어 지난 10월 내놓은 2차 102가구도 거의 다 팔렸다.
마당이 딸리고 한 가구가 네 개 층을 통째로 쓸 수 있도록 설계된 집은 전용면적 68~109㎡ 중형으로 몸집을 줄이고 가격을 주변과 비슷하게 3.3㎡당 1000만원대로 책정하자 인기가 급상승했다.
이디썬코리아 관계자는 “인근 수원 화성 기흥 등 대기업 계열사에 다니는 30·40대가 주로 계약했다”며 “층간소음 걱정이 없고 쾌적한 환경에서 아이들이 뛰어 놀 수 있어 맘에 들어하는 부부들이 많다”고 말했다. 마지막 3차 100여 가구는 이르면 이달 말 분양할 예정이다.
경기 이천시 마장신도시 인근에 위치한 ‘예림타운하우스’는 2층짜리 테라스가 있는 단독주택처럼 지어진다.
집 크기는 전용면적 85㎡이며 분양가는 3억원을 넘지 않는다. 현재 1차로 36가구가 분양 중이다. 총 6가지 평면이 있지만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방 위치와 면적, 마감재 등을 바꿀 수 있다.
교통이 편리하고 기반시설이 갖춰진 신도시·택지지구 내외에 들어서는 것도 예전과 달라진 점이다. 대체로 서울 강남까지 차량으로 30분~1시간이면 충분하다. 마당에서 요새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맹활약 중인 강아지 ‘산체’나 고양이 ‘벌이’ 같은 동물을 키우고 텃밭을 가꾸며 자연 친화적인 전원 생활을 즐기는 ‘슬로 라이프’가 주목을 받고 집에 대한 인식이 투자에서 ‘삶의 터전’으로 바뀌는 점도 타운하우스 시장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정부가 최근 타운하우스를 지을 수 있는 택지지구 내 단지형(블록형) 단독주택을 용지를 조성한 뒤 개별 필지별로 땅을 바로 분양할 수 있고 단지 내 가구 수도 건설사가 단지 관리 효율성 등을 분석해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하는 등 규제를 완화한 것도 호재다.
용인 죽전에서는 붉은 벽돌로 시공한 ‘루시드 에비뉴’가 분양 중이다. 전용면적이 162~178㎡에 달하며 분양가는 12억~16억원으로 서울 강남의 99~132㎡(30~40평형대) 새 아파트 가격이다.
다만 타운하우스는 환금성이 떨어지는 게 가장 큰 단점이다. 아파트와 달리 수요층이 적다 보니 집값이 잘 오르지 않고, 새것에 대한 선호도가 높기 때문에 몇 년 지난 타운하우스는 되팔기도 쉽지 않다. 단지 규모가 작으면 관리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당초 기대와 달리 실제 타운하우스에 살아 보니 불편함을 느끼거나 실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임채우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판교처럼 도심 접근성이 좋고 인프라스트럭처가 잘 갖춰진 신도시나 택지개발지
김혜현 렌트라이프 대표도 “그동안 공급된 타운하우스가 많기 때문에 입지와 분양가, 계약조건 등을 꼼꼼히 비교한 뒤 매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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