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동제약이 2대주주 녹십자의 이사 선임 요구안을 주주총회에 정식 상정하기로 결정했다.
일동제약은 26일 이사회를 열고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 녹십자 측이 추천하는 사람을 사외이사와 감사로 선임하는 제안을 안건으로 올린다고 밝혔다. 이로써 양측은 이사 및 감사 선임안을 놓고 표대결을 벌이게 됐다.
일동제약은 사내이사 후보로 다음 달 임기가 만료되는 이정치 현 회장 재선임을, 사외이사 후보로는 서창록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를 추천했다. 감사 후보로는 이상윤 씨를 추천했다.
녹십자는 임기가 만료되는 일동제약의 최영길 사외이사 자리에 허재회 전 녹십자 사장을 제안했다. 허 전 사장은 현재 송암메디칼 고문을 맡고 있다. 감사에는 녹십자의 자회사인 녹십자셀에서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김찬섭 씨를 추천했다.
지난 6일 녹십자는 이번 일동제약 주총에서 녹십자가 추천한 사람을 사외이사와 감사로 선임해달라는 주주제안서를 보냈다. 이에 일동제약은 녹십자를 향해 적대적 인수합병(M&A) 의도 여부를 명확히 해달라고 요청해 양측의 갈등이 깊어졌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녹십자와 일동제약 경영진은 이미 이사회가 열리기 전 만남을 가졌다. 일동제약이 이사회 이전에 녹십자 경영진과의 강력히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업계에서는 이번 만남에서도 유의미한 이야기는 오고 가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주주제안서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당연히 주총 안건에 반영되어야 하는 만큼 사실상 일동제약이 이를 거부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녹십자의 주주제안서가 일동제약 주총 정식 안건으로 채택됨에 따라 양측의 표대결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녹십자는 현재 일동제약의 29.36%(735만9773주)를 보유한 2대주주로, 일동제약의 최대주주인 윤원영 회장 측 32.52%(815만1126)과 지분율 차이가 3%포인트도 되지 않는다. 게다가 일동제약 최대주주의 보유지분 중 일동후디스(1.36%)의 지분은 상호출자로 의결권이 없다. 이에 일동제약 경영진이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은 31.66%로 녹십자와 큰 차이가 없다.
이밖에 피델리티자산운용이 10% 가량 보유하고 있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 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피델리티는 지난해 1월 일동제약의 임시주총에서 지주사 전환 계획에 반대표를 행사, 경영권 방어를 위해 지주사를 설립하려던 일동제약의 시도를 무산시킨 바 있다.
이사 선임안은 참석한 주주의 과반수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된다. 피델리티는 물론 다른 소액주주의 행보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일동제약이 이번 주총에서 표 대결에 실패해 이사회 12명 중 2명을 녹십자 측 인사로
일동제약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결정된 내용은 공시한 내용이 전부”라고 말을 아꼈다.
일동제약의 주주총회는 다음달 20일 열린다. 녹십자 역시 같은 날 주주총회 개최를 계획하고 있다.
[매경닷컴 김잔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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