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결산법인들의 정기 주주총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번주 미원상사를 시작으로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LG그룹의 주요 계열사를 포함한 75개사가 연달아 주총을 개최한다. 주주가치를 제고하라는 정부 주문에 여러 기업들이 배당확대를 안건으로 상정했으며 이사 선임도 주요 이슈로 지목됐다.
◆ 배당 규모 확대 뚜렷…정부 정책 힘 받나?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이번 주총에서 '배당확대'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13일 주총을 여는 삼성전자는 배당금을 1주당 1만9500원으로 결정, 지난해보다 40% 증액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다른 계열사인 삼성생명과 호텔신라도 각각 109.5%와 132.5%씩 배당을 확대한다.
현대자동차도 같은 날 주총을 개최해 배당금을 지난해에 비해 52.9% 늘리기로 결정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제철도 53.8%와 50%씩 규모를 늘려 통 큰 배당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기업들의 이같은 행보는 정부가 배당 규모를 키울 것을 독려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내수 회복을 통한 경기활성화를 달성하기 위해 배당금을 늘릴 것을 적극 촉구해왔다. 배당을 늘리지 않을 경우 기업소득환류세제를 도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다만 삼성정밀화학은 지난해 실적이 개선됐음에도 배당 규모를 유지해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회사의 지난해 순이익은 587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1680%가 증가했다. 그러나 배당금은 주당 300원으로 지난해와 같아 배당성향이 108%에서 18%로 크게 떨어졌다.
◆ 이사들 경영 부진 책임론…관료 출신 사외이사 선임
기업들의 이사 선임도 이번 주총의 중요 키워드다. 특히 경영성과가 부진한 임원들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들의 재선임이 가능할지 시선이 모인다.
대신경제연구소는 삼성전기의 주주들에게 주총에서 이사 재선임 시 반대권을 행사하라고 권고했다. 삼성전기는 삼성SDS가 유가증권에 상장했을 때 지분을 장외시장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매각했다. 이에 주주 가치가 훼손됐으며 관련 이사의 재선임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전력 부지를 고가에 매입한 현대자동차·현대모비스·기아자동차도 이후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등 후폭풍이 거세 이사 재선임에 신중해야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와 함께 권력기관 출신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도 대거 포진해 '바람막이' 인사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로비가 제한될 수 있는 만큼 힘 있는 인물 영입에 나섰다는 것이다.
삼성생명은 박봉흠 전 기획예상처장관
[매경닷컴 이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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