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 분석 / 채권시장 ◆
최근 채권시장 금리 추이를 보면 시장 참가자들 고민이 그대로 드러난다. 10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3년물 국고채 금리는 지난 2일 이후 6거래일 연속 기준금리(2.00%) 이하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날 3년물 금리는 3월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소폭 올랐다. 전 거래일보다는 0.011%포인트(1.1bp) 오른 1.933%로 마감했다.
채권 금리와 채권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는데, 채권 가격이 오르면 채권 금리는 하락한다. 반대로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 채권 금리는 오르는 모습을 보인다. 최근 시장금리는 금통위 전 기준금리 인하 기대로 하락하다가 금통위가 임박하면 오름세를 보이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지난 1월과 2월에도 금통위를 전후해 금리가 2%를 사이에 두고 등락하는 모습이 관측됐다.
이달 들어서도 비슷한 흐름이다. 이달 초 2%를 웃돌던 국고채 금리는 점점 하락세를 보이다 금통위(12일)를 앞둔 9일 1.922%로 사상 최저치(채권값 상승)를 갈아치웠다. 그러나 채권 운용을 담당하는 전문가들 대다수가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 동결을 예상하면서 채권 금리는 다시 오름세로 방향을 틀었다. 이번에 금리 인하가 단행되지 않는다면 다시 3년물 금리는 2% 수준까지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채권 금리가 몇 개월 사이 최저치를 수차례 경신하는 것은 흔치 않은 사례다. 그만큼 채권시장에서 시장 참가자들이 생각하는 금리 전망이 다양하다는 뜻이다.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 결정이 나올 수도 있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금리 인하를 전망하는 쪽에서는 일본과 중국 등 주변국들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실시하고 있어 한은도 조만간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한다.
반대 의견을 가진 전문가들은 금리 동결 시 채권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급격한 자본 유출을 염려한다. 한국 금리가 추가로 하락하면 미국 채권 금리보다 낮아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글로벌 자금은 금리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이동한다. 신흥국인 한국 시장금리보다 선진국인 미국 금리가 높으면 국내에서 대규모 자금 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
시장금리가 역사상 최저 수준을 보이면서 국고채 금리와 연동된 회사채 금리도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유례없이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보니 회사채 시장에서 기업 자금 조달도 활발해진 모습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시장에서는 회사채가 총 4조9729억원어치 발행됐다. 지난 1월 발행량(3조7427억원)과 비교하면 1조원 이상 늘었다. 지난해 월평균 발행량(4조8000억원)도 웃돌았다. 이달 들어서도 10일까지 이미 1조8000억원어치 발행됐다. 전문가들은 이달 주주총회가 마무리되면 다수 기업이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 조달 활동을 재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까지 회사채 시장에서는 '품귀현상'이 지속됐다. 기업들이 보수적인 경영 전략을 선택하면서 신규 자금 수요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서는 수급이 조금씩 풀리는 양상이다. 최근 시장에서 연 2% 수준으로 회사채 발행이 가능해지자 금리가 오름세를 보이기 전에 선제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려는 수요가 늘
최근 기업들은 단순 차환(만기 도래하는 회사채를 새로운 회사채로 상환하는 것) 외에도 회사 영업 활동에 필요한 운영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회사채를 발행하는 모습이다. 올 들어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로템(3250억원)과 현대위아(2000억원)등이 대규모 회사채를 발행해 운영자금으로 썼다.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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