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성장주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의 시가총액이 최근 두 달새 7조원 가까이 증발했다. 주가가 각각 20%씩 폭락하는 동안 개인투자자만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은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네이버 주가는 5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 전날보다 0.32% 떨어진 62만7000원으로 마감했다. 코스닥 대장주 다음카카오 주가도 장 중 연중 최저치 12만1200원까지 떨어졌다. 인터넷주 주가가 저렴해진 틈을 타 적극 매수해야 한다는 증권사 분석이 잇따르면서 6거래일만에 겨우 상승세로 돌아섰을 뿐이다.
황승택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그 동안 네이버 주력서비스 ‘라인’의 가파른 성장과 다음카카오의 합병 이후 시너지에 대한 시장 기대치가 너무 높았다”며 “실적이 눈높이에 부합하지 못하면서 주가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으나, 특별한 악재는 없어 장기투자자에겐 저가매수 기회”라고 설명했다. 이선애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네이버의 2015년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이 26.7배 수준까지 떨어져 글로벌 동종업체 알리바바, 페이스북, 야후, 텐센트, 트위터 등보다 싸다”면서 “네이버 가치를 매우 보수적으로 잡아도 적정 시가총액이 최소 27조5000억원은 넘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가가 조정받기 시작한 1월 중순부터 지금까지 ‘매수 기회’라는 애널리스트들의 장밋빛 전망이 줄을 잇는데도 급락세가 잦아들지 않고 있어 바닥에 근접했다는 낙관론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네이버의 경우 외국인과 기관이 지난 1월 16일부터 이달 11일까지 각각 1924억원과 1649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우는 동안 개인만 쏟아지는 매물을 전부 받아 3455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주식을 담은 개미들은 이 기간 19%에 달하는 손실을 입게 됐다. 시가총액은 25조6000억원에서 20조7000억원으로 약 5조원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다음카카오도 같은 기간 외국인과 기관이 1120억원과 586억원어치 주식을 매도할 때 오직 개인만 1794억원을 순매수했다. 수익률은 마이너스 20%를 기록해 주가 반등을 기대하고 투자했던 개미들은 눈물을 삼켜야 했다. 시가총액은 8조9800억원에서 7조1500억원으로 1조8000억원 급감했다.
네이버와 다음카카오 주가가 본격적으로 조정 받기 시작한 것은 알리바바·바이두 등 중국 IT업체들이 MSCI 신흥지수에 편입된다는 소식이 알려진 지난 1월 16일부터다. 외국계 펀드가 중국 인터넷주를 포트폴리오에 담기 위해 한국 동종업체 주식을 덜면서 투자자가 빠져나가기 시작한 것. 곧이어 발표된 작년 4분기 실적까지 기대치에 못 미치고 메신저 라인과 카카오톡의 월 사용자의 증가 속도도 주춤해 성장성 둔화에 대한 염려가 자금 이탈에 불을 지폈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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