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NH투자증권 ELS 발행잔액은 지난 23일 기준 8조202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4319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안정성을 한층 강화한 '뉴하트(New Heart)형' ELS를 출시해 약 두 달 만에 800억원이나 판매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 증권사 ELS 발행잔액 감소는 의외다.
대신증권도 현재 ELS 발행잔액이 3조8983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52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조기 상환 가능성을 높인 '저(低) 배리어' ELS를 출시해 인기몰이를 하면서 한 해 동안 ELS 발행잔액이 2조원 이상 증가한 신한금융투자도 올 들어 3개월 동안 2271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들 증권사의 공통점은 레버리지비율이 900%를 넘는다는 것. 지난해 말 기준 신한금융투자 레버리지 비율은 1090%, 대신증권은 974%, NH투자증권은 922%에 달한다. 레버리지비율은 총자산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이다. ELS는 증권사가 자기 신용을 담보로 발행하는 상품으로 회계상 부채로 잡혀 발행금액이 늘수록 레버리지 비율은 높아지게 된다. 파생결합증권(DLS)나 상장지수증권(ETN), 환매조건부채권(RP) 등 상품도 마찬가지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10월 '금융투자업 규정'을 개정해 2016년부터 '신영업용순자본비율(NCR)' 제도와 함께 증권사에 레버리지 규제를 전면 도입하기로 하면서 증권사들이 ELS 추가 발행에 부담을 갖게 된 것이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신NCR 규제 조기 적용을 원하는 증권사는 내부적으로 이미 올해부터 레버리지 규제를 함께 적용하는 상황"이라며 "수익성이 비교적 괜찮은 ELS 발행을 유지하기 위해 RP 발행잔액을 선제적으로 줄여놓았다"고 설명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ELS에 대한 고객 수요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레버리지 규제 때문에 발행잔액을 늘리지 못하고 있다"며 "증권사가 레버리지를 낮추기 위해 자기자본을 늘리려면 증자를 해서 자본금을 늘려야 하는데 새로운 규제가 너무 성급하게 시행되면서 ELS뿐만 아니라 DLS나 RP 발행 등 자산 영업 전반에 비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주요 증권사 파생결합증권 상품 담당자들은 최근 금융투자협회에 레버리지 규제에 따른 ELS 발행 위기와 관련해 협회 차원에서 해결책 모색에 나설 것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투협 관계자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현재 외국 증권사 레버리지 규제 관련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 관계자는 "레버리지 규제 제도 도입 결정 당시 외국 사례를 충분히 감안해 결정한 것으로 안다"며 "경영이 부실한 증권사 퇴출을 통해 건전한 자본시장 발전을 위한 규제인 만큼 현재로서는 비율 완화 등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29일 금융위가 발표한 '증권사 건전성 규제체계 개편 후속 조치'에 따르면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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