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보험대리점(GA, General Agency)인 에이플러스에셋그룹 곽근호 회장의 일갈이다. 우리나라 보험업계가 어떤 수준이길래 곽 회장은 만나자마자 이런 일침부터 가한 것일까. 한동안 인터뷰 등 대외 활동을 자제해왔던 그는 오랜만의 인터뷰 자리의 포문을 고객만족도에 대한 질문으로 열었다.
월급 90만원 경비원의 한달 납입보험료 ‘58만원’
발단은 에이플러스에셋이 얼마 전부터 시작한 케이블광고였다. 정보와 광고가 결합된 인포머셜광고를 보고 한 경비원이 찾아온 것. 90만원의 월급을 받는 그는 월 58만원이라는 무리한 수준의 보험료를 내고 있다는 사연과 함께다.
이런 잘못된 보험가입은 물론 제대로 받지 못한 보험금까지 받게 안내해주는 역할을 에이플러스에셋이 ‘착한마케팅’이라는 캠페인으로 앞장서고 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보험사들이 아닌 보험대리점이 이런 일을 시작한 걸까.
보험 상품, GA로 가입하면 뭐가 다른가요
우선 먼저 알고 가야할 부분이 있다. 보험 가입 경로는 원보험사의 설계사나 TM(텔레마케팅), 온라인 등 여러 채널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GA를 통한 가입인데, ‘독립보험대리점의 설계사’를 통한 가입을 말한다.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떤 보험사의 한 상품에 가입하는 건데 무슨 차이가 있냐고? 있다. 교보생명, 현대해상 등 원보험사에 소속된 설계사를 통해 보험에 가입을 한다면 해당 회사의 상품에만 가입할 수 있다. 당연히 타사의 유사 상품과의 비교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GA를 통한다면 다르다. 같은 상품군의 여러 회사 상품을 비교해본 뒤 선택할 수 있기 때문. 예를 들어, 병원비를 보장해주는 상품에 가입하고 싶다면 대형생명보험사의 상품은 물론 유사한 보장을 제시하는 손해보험 상품까지 꼼꼼하게 비교해 본 뒤 가입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이 선택에 대한 고민은 보험소비자보다 설계사들이 먼저 하기 시작했다. 실제 2014년 말 기준으로 보험사 전속설계사 수는 21만 8000명으로 2013년 이후 1만 4000명이 감소한 반면, GA 소속 설계사는 2만 6000명 증가한 17만 9000명으로 전속 대 GA 설계사 비율은 55:45로 격차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곽 회장은 “원보험사에서는 이런 설계사의 이동이 ‘수수료’ 때문이라고 하지만, 이는 소비자의 선택에 따른 당연한 시장의 변화”라며 “정보 취득 경로가 다양해짐에 따라 소비자들의 선택이 변했고, 당연히 전속 설계사들이 이동을 하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설계사 대이동’에 당연히 원보험사들도 고민 중이다. 이에 몇몇 보험사들은 자사의 기존 영업조직을 분사하거나 아예 신규 GA를 설립한다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실제 메리츠화재, 라이나생명, 미래에셋생명, AIG손해보험, 동부화재 등이 이미 자사형 GA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작년 말에는 대형생명보험사인 한화생명도 출사표를 던져 지난 1월 한화금융에셋을 설립했고, 가장 최근에는 삼성생명마저 연내에 이 시장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왜 ‘수입보험료 규모’는 ‘만족도’와 비례하지 못할까
곽 회장의 이런 거침없는 설명에 자연스럽게 질문이 나왔다. ‘원보험사 설계사보다 GA를 통한 보험가입은 과연 소비자에게 얼마나 유리한지’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된 부분이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이에 그는 ‘소비자 만족’에 대한 부분을 다시 언급했다.
글로벌 컨설팅사인 캡제미니의 ‘2014 세계 보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소비자들의 보험 만족도는 30개국 최하위 순위를 차지했다. 자신이 가입한 보험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15%에 불과해 러시아(20%)는 물론 중국(16%)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전체가구의 97.5%, 국민의 93.8%가 1개 이상의 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야말로 ‘보험대국’이다.
2014년 6월말 현재 1인당 생명보험은 약 1.65건, 손해보험은 약 1.83건 등 총 3.59건의 보험에 가입한 수치이고, 4인 가구로 환산시 총 14.36건의 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집계된다.
덕분인지 우리나라 전체 수입보험료는 2012년 1393억 달러(약 156조원)를 기록, 세계 8위권에 올라섰다.
“왜 수입보험료 규모와 만족도는 정비례하지 않는 것일까요. 제대로 된 보험 설계가 되어 있지 않아 중복가입은 물론, 자신의 수준에 맞지 않는 과다한 보험료를 납부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죠. 앞서 언급했던 경비원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이런 ‘보험푸어’들의 보험 민원들은 당연하게도 ‘불완전판매’로 연결된다. 제대로 된 설명이 수반되지 못한 상태에서 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이 뒤늦게야 자신의 권리를 찾는 과정이라고 보기에는 다른 금융상품에 비해 너무 민원이 과도하다.
물론 불완전판매에서 GA도 자유롭지 못하다. 아니 최근에는 전속설계사보다 GA의 불완전판매에 금융당국이 칼을 뽑아들었을 정도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 곽 회장은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업계에서 횡횡하는 설계사 고액 스카웃이라든지 실적에만 치우쳐 불법(리베이트)을 저지르는 설계사는 에이플러스엔 발을 못 붙이게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적만을 쫓는 이른바 ‘철새설계사’는 회사 분위기를 흐리기 때문에 퇴사를 권하는 강수를 둘 정도다.
“전세계 보험만족도로 인정되는 13회차 및 25회자 유지율은 우리나라의 경우 80% 수준에 불과합니다. 그렇지만 에이플러스에셋은 현재 90%의 유지율을 보이고 있죠. 아직 부족하지만 94%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고아계약’, 가입시킨 설계사가 관리할 수 있게 해야”
그는 이어 최근 GA업계가 꾸준히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제판분리’에 대한 필요성으로 화제를 이어갔다. 제판분리? 간단하다. 보험상품의 제조사와 판매사를 나눈다는 얘기다. 한국도 앞으로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고, 빠르면 올 하반기부터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부분에서 논란이 되는 부분은 바로 ‘고아계약’이다.
증권상품은 고객이 원하면 회사를 옮길 수 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가입자의 담당 매니저가 회사를 옮겼을 경우, 가입자가 동의하면 매니저따라 가입자의 증권도 이동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다면 보험계약은? 그저 ‘고아계약’이 되어 버린다. 설계사가 회사를 옮긴다해도 계약은 따라갈 수 없다는 말이다. 곽 회장은 이 부분에서도 보험민원이 유발된다고 지적했다.
‘믿고 가입했던 설계사가 이동하면, 내 보험료는 누가 챙겨주는가’에 대한 부분에 대해 원보험사들은 해당 계약에 대한 전담부서가 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보험사마다 수당이나 관리 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설계사따라 보험을 이관해주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에이플러스가 최근 마케팅에 접목시킨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이 점에서 착안됐다. 관리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보험가입자가 미처 받지못한 보험금까지 찾아주자는 캠페인이다. 실제 얼마 전 한 보험소비자는 10년 전에 받지 못했던 보험금을 받기도 했다. 역시 제대로 알지 못해 받지 못했던 보험금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착한 마케팅’이지만 제대로 뜯어보면 ‘기본을 찾자’라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가장 먼저 고객에게 묻는다. 당신이 가입한 보험 내용, 제대로 알고 있는지 여부다. 보험 상품 이름까지도 바라지도 않는다. 정확한 보험명은 커녕 보험 종류나 제대로 알고 인지하고 있는 소비자는 그리 많지 않다.
토탈라이프 케어에서 출발한 에이플러스
곽 회장은 한창 논란이 됐던 그룹에 대한 부분도 해명했다. 모기지, 손해사정은 물론 상조사업(에이플러스 라이프)까지 손을 댄 이유는 바로 에이플러스에셋이 처음부터 ‘토탈라이프 케어’에서 출발한 그룹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국내 장례문화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 삼성의료원 장례식장의 리뉴얼을 주도한 사람이 곽 회장 본인이기도 하다. 그리 크지 않다는 에이플러스 라이프의 수익은 독거노인 장례 등 사회공헌활동에 투자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상조업의 본질은 고객의 예탁금을 선관의무로 관리하는 금융업의 일종입니다. 정품사용, 됫돈 요구 근절 등 ‘5대 품질보증제’를 철저히 지켜요. 덕분에 솔직히 상조에서는 이윤이 거의 남지 않지만, 바르고 정직한 장례서비스 문화가 정착돼야한다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에 효담에서는 짝퉁논란이 나올 수가 없어요.”
“점점 커지는 업계, 에이플러스만큼은 더 철저하게 관리하겠다”
물론 덩치가 커진 업계 규모만큼 GA업계의 숙제도 점점 커진다. GA업계가 꾸준히 의견을 개진하는 부분인 보험료 협상권에 대한 부분은 GA의 ‘생수’가 됨과 동시에 ‘양날의 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불완전판매나 불법판매 등에 대한 제대로 된 관리가 없다면 GA업계에 대한 신뢰는 끝없이 추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보험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연결되리라는 것은 자명하다.
이에 곽 회장은 “GA들이 커지는 규모만큼이나 제대로 된 인프라를 갖추고 건전한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며 “고객에게 종합 자산컨설팅을 하겠다는 목표로 창립초기부터 지금까지 고객관리는 물론 신입은 물론 경력설계사들도 교육부터 철저하게 신경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알지 못한 위험을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대담 매경닷컴 조성신 기자/정리 이미연 기자]
■He is…
-1956년 경북 왜관 출생
-영남대 공업화학과
-1982년 삼성생명 입사, 삼성그룹 비서실, 삼성생명 법인사업부장, 삼성생명 상무 등 역임
-2007년 에이플러스에셋 창립 및 現 최고경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