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식형 펀드에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의 자금이 몰려들고 있다. 국내 증시의 부진 속에 유럽·중국 증시의 상승세가 돋보이면서 투자자들이 다시 해외로 나가는 것이다.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해외 주식형 펀드에는 6296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4월 7512억원이 들어온 이후 월간 최대규모다.
지난 2월 224억원의 자금이 들어오면서 6년여만에 순유출에서 순유입으로 전환한 해외 주식형 펀드는 올들어 총 3235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큰 폭의 손실을 입으면서 해외 주식형 펀드에 등을 돌렸던 투자자들이 7년만에 다시 해외투자에 나선 것.
미국에 이어 유럽 시장도 회복 국면에 접어들면서 증시가 가파르게 오르고, 후강퉁과 경기부양으로 중국 증시가 높은 수익률을 내면서 투자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유럽펀드는 5029억원, 중국 본토펀드는 3006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으며 유입세를 주도했다. 특히 1분기 14.09%의 수익을 가져다 준 유럽펀드는 전체 설정잔고가 1조원을 넘어섰다.
중국 정부의 부양정책과 후강퉁(상하이-홍콩 증시 교차거래)의 수혜를 입은 중국 본토펀드도 같은 기간 15.89%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본토 펀드는 선전증시의 개방(선강퉁)과 경기부양에 대한 기대로 유입규모가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단기 수익률만 보고 특정 펀드에 집중할 경우 금융위기 때와 같은 실패를 번복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기적 관점에서 자산을 배분하지 않고 한쪽으로만 몰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2006~2008년 해외펀드 열풍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 투자자들에 손실과 함께 펀드 트라우마를 남겼다”면서 “해외투자로 ‘대박’을 노리기보다는 자산배분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석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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