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본시장의 가장 큰 손인 국민연금이 올해 1분기 엔터테인먼트·콘텐츠를 중심으로 호텔·홈쇼핑·화장품 등 중국소비 수혜주를 집중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중국소비 수혜 업종 내에서도 종목별로는 주가 수준이나 실적 가시성 등에 따라 종목간 차별화된 포트폴리오 조정이 나타나고 있어 일반 투자자들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9일 매일경제신문이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지난 8일 공시한 1분기 주요 종목 지분변동을 분석한 결과 국민연금이 개별 종목 가운데 올 들어 지분을 가장 많이 늘린 종목은 엔터 업종 대장주인 에스엠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의 에스엠 지분율은 지난해 말 5.15%에서 올해 3월말 기준 9.45%로 4.30%포인트나 늘었다.
국민연금은 이어 콘텐츠 대표 종목인 CJ E&M도 3월 말 기준 7.28%를 보유중이라고 신고했다. 당초 지난 2013년 CJ E&M 지분을 5% 이상 신규 보유 공시를 한 바 있지만, 지난해 이 비중을 5% 미만으로 낮췄다가 올해 들어 다시 2%포인트 이상 추가 매수한 것이다. 국내 최대 영화관 체인 기업인 CJ CGV 지분도 1%포인트 이상 늘렸다.
연금은 또 호텔신라(10.56%→12.61%), 현대홈쇼핑(5.10%→7.19%), 한국콜마(10.59%→11.65%), 코스맥스(7.16%→8.27%) 등 호텔·홈쇼핑·화장품 업종의 주요 종목들도 지분을 1%포인트 이상 늘렸다. 모두 중국소비 수혜주로 꼽히는 기업들이다.
이 밖에 주요 기업 가운데서는 삼성전자(7.0%→8.0%), 현대글로비스(9.08%→11.45%), 네이버(10.21%→11.22%), 아세아시멘트(8.79%→10.90%), SK케미칼(11.29%→13.39%), 남양유업(5.02%→6.03%) 등의 지분을 각각 확대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중국소비 수혜 업종이라고 해서 무조건 지분을 늘리기만 한 것은 아니다. 주가가 많이 올랐거나 업종 내에서 상대적으로 실적 가시성이 떨어지는 종목들의 지분은 축소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우선 화장품 업종에서는 지난해부터 주가가 폭발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의 지분은 지난해 말 기준 5.01%에서 4.00%로 1%포인트 가량 비중을 줄였다. 한국콜마나 코스맥스와 같은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의 비중을 늘린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전자 업종에서도 삼성전자 지분을 1% 늘린 것과 달리 LG전자 지분은 8.47%에서 7.44%로 1%포인트 가량 비중을 줄였다.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사업 부문에서 시장 장악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고 휴대폰 부문에서도 새로 내놓은 갤럭시S6가 호평을 받고 있는 반면, LG전자는 TV사업 부문의 적자 등 실적 둔화가 주요 배경으로 해석된다.
유제품 업종에서도 남양유업 비중을 늘린 것과 달리 매일유업은 지분을 5% 미만으로 줄였다. 우유 소비 감소로 유업체 실적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가운데 남양유업은 지난해 순이익이 흑자로 전환했고, 매일유업의 경우 지난해 4분기 연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40% 가량 줄어든 점을 주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홈쇼핑에서도 현대홈쇼핑 지분은 늘렸지만 CJ오쇼핑은 비중을 줄였다. 또 지난달 주가가 많이 오른 한미약품 지분도 12.18%에서 11.00%로 1%포인트 이상 낮추면서 일부 차익을 실현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 몇년 간 지속된 국내 박스권 장세로 주요 연기금이 국내주식보다는 해외주식 비중에 중점을 두어 투자전략을 시행했지만 올해는 미국과 중국의 경기 회복으로 국내 증시가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연기금의 순매수 규모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일반
한편 국민연금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개별 종목 지분 5% 이상을 신규 매입했거나 5% 이상 보유한 상황에서 1% 이상 지분 변동이 있을 경우, 지분 10% 이상 보유 기업 중 주식을 1주라도 매매할 경우 매분기 다음달 10일까지 공시하도록 돼 있다.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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