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년간 국방부에서 일한 A주무관(45)은 저축은행과 대부업체에서 빌린 빚 3000만원 때문에 최근까지 매달 85만원을 이자로 내고 있었다. 대출금리도 34%로 그야말로 '살인적'이었다. 무리해서 집을 산 게 화근이었다. 대출 이자가 연체된 뒤 카드론에 손을 댔더니 신용등급이 9등급까지 떨어졌다. 1금융권 대출은 생각도 못했다. 실의에 빠졌던 A주무관은 국방신협에서 연 4.8%(상환기간 5년)로 3000만원을 빌려 고금리 대출을 갚았다. 현재 A주무관은 매월 원리금 56만3300원을 국방신협에 갚고 있다. 예전보다 30만원을 아끼면서도 이자와 원금을 한꺼번에 상환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영업을 개시한 국방신협이 직업군인들의 '희망'이 되고 있다. 신용등급이 낮은 직업군인도 4%대 저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어 안정적인 경제생활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8일 현재 국방신협의 수신고(출자금·예탁금)는 총 109억480만원에 달한다. 지난달 말께 수신 100억원을 돌파한 뒤에도 매일 1억원씩 꾸준히 수신액이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국방신협은 신협중앙회에 소속된 단위신협으로 조합원에게 받은 예금을 운용하면서 신용등급에 상관없이 조합원에게 저금리(연 4.8%)로 신용대출을 하고 있다. 직장신협 형태이기 때문에 국방조직(방사청·병무청 포함)에 소속된 부사관 이상 현역, 군무원, 공무원과 그 가족 등이 조합원이다. 국방신협의 수신 가운데 78.6%인 85억8000만원은 이들 조합원을 위한 대출금으로 쓰이고 있다.
대출을 받아가는 조합원들은 당장 생활자금이 필요하거나 기존 사금융에서 고금리 대출에 시달린 이들이다. 일부 직업군인들은 금융지식이 얕고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지나친 카드 소비로 순식간에 저신용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1금융권에서는 대출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카드론·현금서비스·대부소액대출 등을 사용해 결국 재기 불능 상태가 되기도 한다. 국방신협은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계기가 되고 있는 셈이다.
현재 국방신협 조합원은 1750명이다. 국방조직 전체 인원 약 20만명 중 1%에 불과하다. 국방신협의 저금리 신용대출로 어려운 경제생활을 이겨낸 직업군인들 사례가 입소문으로 이어지면서 국방신협 규모는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방신협은 올해 말까지 수신액 300억원에 조합원 5000명을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부실에 대한 대비는 좀 더 확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저신용자의 경우 연체 가능성이 작지 않다. 국방신협은 이를 막기 위해 대출 신청자들의 급여통장을 국방신협 계좌로 이전해 연체 가능성을 줄이고 있다. 또 조합원을 상
김석규 국방신협 부이사장은 "현재 하루에 20여 명이 조합원 신청을 하기 위해 국방신협을 찾고 있으며 소문을 듣고 찾아온 대출 신청자도 상당수"라며 "금융복지 기능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돈을 전혀 들이지 않고도 조합원이 모은 돈으로 대출을 해주고 있다는 점에서다.
[김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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