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한국거래소가 상장 기업을 늘리기 위해 적극적인 상장 유치 활동을 펴면서 '씨앗'을 뿌렸고, 올 들어 증시가 활황을 보이면서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이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까지 상장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한 기업은 총 47개(스팩 합병 및 재상장 포함)에 달한다.
과거에는 대부분 기업이 상반기 실적을 확인한 뒤 하반기에 상장 심사를 청구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1분기가 지났을 뿐이지만 유가증권시장에서만 SK D&D를 시작으로 경보제약, 이노션, 토니모리, 미래에셋생명 등 5개 회사가 예비심사청구서를 이미 제출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이보다 훨씬 많은 42개 회사가 상장 예비심사를 요청했다. 이 가운데 8개가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과의 합병이고, 재상장 4곳, 이전 상장이 2곳이다.
코스닥시장본부는 상반기 중에만 70개 회사가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종원 코스닥시장본부 상장유치부장은 "최근 주식시장이 좋아지면서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상장을 검토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특히 코스닥에서 높은 밸류를 받을 수 있는 바이오·헬스케어와 게임, 엔터테인먼트 등 업종에서 관심이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나스닥과 홍콩 등 해외 상장을 검토하던 게임업체 더블유게임즈도 최근 코스닥 상장을 결정했다. 게임업체에 대한 밸류에이션이 높고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이유에서다.
IPO 시장 가뭄기였던 2013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욱 벌어진다. 코스피는 5건이었지만 이 가운데 4곳이 재상장으로, 신규 상장을 신청한 곳은 현대로템 한 곳에 그쳤다. 코스닥시장에서 상장 신청을 한 곳은 8개 회사에 불과했다.
한국거래소는 올해 IPO 목표를 코스피 20개, 코스닥 100개, 코넥스 50개 등 총 170개로 세워둔 상태다. 이재훈 유가증권시장본부 상장유치팀장은 "2013년이나 작년에는 상장 유치를 위해 기업을 방문하면 IPO를 왜 하느냐는 반응을 보인 기업이 많았지만 올해는 관심을 보이는 곳이 늘고 있다"면서 "기업 규모가 크다 보니 코스닥처럼 반응이 빠르지는 않지만 분위기는 확실히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당초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목표치의 절반인 10개가량이 상반기 중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올해는 2010년 중국 고섬사태 이후 발길이 끊겼던 중국 기업들의 상장도 재개될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상장을 준비했던 중국 완구·애니메이션 제작업체 헝성그룹이 올 초 회계법인을 딜로이트에서 신한회계법인으로 변경해 상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벤처캐피털인 LB인베스트먼트가 투자한 중국 인공운모 업체 차이나크리스탈뉴머티리얼홀딩스도 상반기 중 예비심사청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콘텐츠 업체인 콘텐트미디어도 상반기 중 예비심사를 청구할 계획이
[강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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