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세좋게 상승세를 이어가던 한국 증시에 ‘신뢰 위기’라는 돌발 악재가 터졌다. 내츄럴엔도텍의 가짜 백수오 사태와 동시에 상장사들이 공시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공언한 약속을 돌연 철회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서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건수는 총 10건에 달했다. 올해 1월 5건, 2월 6건에 그쳤던 불성실공시법인 수는 3월 7건, 4월에는 두자릿수로 늘어간 것이다.
한국거래소는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투자, 자금조달, 인수·합병, 최대주주 변경, 소송발생 및 판결 등 사안들을 제때 공시하지 않거나 공시했더라도 이를 번복한 경우 상장공시위원회를 열어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여부를 판단한다.
일례로 우리들휴브레인은 지난 2월 130억원 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공시했지만, 2달여 만에 이를 백지화했다. 중견 건설업체인 IS동서도 지난달 2억5000만달러(약 2700억원) 규모 해외주식예탁증권(GDR) 발행 공시를 냈지만, 2주만에 이를 철회했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지난 2월 코스닥상장사 인포피아 경영권 인수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지만, 한달만에 인수결정을 철회했다.
소송·담보권행사 등 주가에 부정적인 내용을 잘 알리지 않는 경우도 적잖다. 코스닥상장사 에프티이앤이는 2013년 11월 상주태양광발전소 등이 회사 측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사실과, 이듬해 6월 관련 소송에서 패소한 사실을 모두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코스닥 상장사 아큐픽스는 지난달 6일 최대주주 엘케이알엔아이(지분율 13%)의 보유 주식 전량이 금융기관의 담보권 행사로 매각됐지만 관련 내용을 3거래일 뒤 공시하기도 했다.
지연 공시가 유독 잦은 기업도 있다. 중국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은 마스크팩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산성앨엔에스는 2건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제기된 사실을 뒤늦게 공시하면서 3~4월 2차례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이런 사안들은 모두 회사 주가를 뒤흔들 수 있는 변수인 만큼, 제때 공시하지 않으면 투자자들이 잘못된 투자 판단을 내리는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 지난달 코스닥 시장은 내츄럴엔도텍 사태로 시장 전체가 휘청거리는 위기를 경험한 상태다. ‘가짜 백수오’사건으로 인해 내츄럴엔도텍은 지난 4월 22일 한국소비자원 발표일 이후 8거래일중 7일간 하한가를 기록했다. 더불어 그동안 급등했던 제약 바이오 화장품 등 코스닥 종목에 찬물을 부은 셈이 됐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가 불성실공시에 대한 제재금 규모나 거래정지 기간을 확대해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제재금 규모는 대체로 수백만원 규모로 강도가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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