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은 최근 기준금리가 마이너스인 유로화와 스위스프랑 외화예금에 대해 은행이 계좌유지수수료를 징수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외화예금거래기본약관을 수정했다고 4일 밝혔다. 대상은 당일 환율 기준 최종 잔액이 1억원 이상인 모든 계좌로 기업과 개인 고객 모두 해당된다. 해당 약관은 오는 18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유럽과 스위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마이너스로 인하함에 따라 해당 외화예금에 대해서는 부득이하게 계좌유지수수료를 받기로 했다"며 "구체적인 수수료율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 완화로 시장 금리가 마이너스 금리로 속속 떨어지면서 수수료를 받지 않고는 예금 자산을 운용하기 어려워졌다는 게 씨티은행 설명이다.
현재 한국씨티은행의 유로화와 스위스프랑 외화예금 금리는 0%다. 지난해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 완화 정책의 일환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데 발맞춰 씨티은행도 지난해 7월 0.1%에서 0.001%로, 올해 2월 0%로 유로화 예금 금리를 내렸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한 이오니아(EONIA·유로 은행 간 초단기자금 조달금리)가 지난달 -0.07%까지 하락하면서 원금을 보전하기조차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저금리 여파로 국내 고객이 시중은행에 자금을 맡기는 대가로 수수료를 부담하게 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계좌 개설부터 유지, 폐쇄에 이르기까지 각종 다양한 수수료를 고객에게 물리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는 각종 은행 서비스가 '무료'라는 인식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어 해외와 달리 많은 수수료를 면제하고 있는 실정이다. 과거 2001년 제일은행(현 SC은행)을 인수한 외국계 사모펀드 뉴브리지캐피털이 해외 관행을 적용해 소액 예금에 한해 일괄적으로 월 2000원의 계좌유지수수료를 물린 적이 있다. 소액 예금은 운용 수익률보다 계좌를 유지하는 데 더 많은 비용이 든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국내 고객 반발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4년 만에 폐지됐다.
금융감독원은 이번에 씨티은행이 외화예금에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한 것을 자율적인 경영 전략으로 인정했다. 류찬우 금감원 은행감독국장은 "자산운용 전략에 따라 은행이 고객에게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다"며 "수수료와 같은 가격은 은행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앞으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더욱 낮아지면 수익성 악화를 견디지 못한 국내 시중은행들이 계좌유지수수료를 비롯한 각종 수수료 인상 압박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국내 은행의 수수료 수입을 포함한 비이자 이익 비중은 전체 이익의 9.4%에 그쳤다. 국내 은행의 총이익 대비 비이자 이익 비중이 10%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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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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