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료 인상을 억제하기 위해 현 대물배상 제도를 대인배상 수준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대인배상 보상제도는 잘 정비돼 있는 반면 대물배상 제도는 상대적으로 허술하게 운영되고 있어 보험사기 등 보험금 누수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대물배상 제도를 대인배상 수준으로 격상할 경우 자칫 자동차보험 가입자들의 권익을 침해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어 제도 정비가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보험연구원은 하태경·박대동 새누리당 의원과 공동으로 12일 국회 세미나실에서 ‘자동차보험료 증가 억제를 위한 보상제도 개선방안’이란 주제로 정책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최근 자동차보험 산업의 적자규모가 연간 약 1조원을 초과하면서 나타나고 있는 보험료를 둘러싼 갈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주제 발표를 맡은 기승도 보험연구원 박사는 “최근 자동차보험 영업수지 적자가 1조원을 넘어선 것은 자동차보험 보상제도의 명확한 지급기준이 존재하지 않아 보험금을 노린 모럴해저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기 박사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대물배상 제도를 대인배상 수준으로 개선하고, 자동차보험 대물배상 약관을 원리에 맞게 보완해 보험금 누수를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물적담보 보험금 비중 60% 초과…외제차 증가 추세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 기준 물적담보에 대한 보험금 비중은 61.2%로 집계됐다. 외산차 증가에 따른 건당손해액 증가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체 차량(국산+외산)에서 외산차 비중은 2010년 2.3%(41만8000대)에서 2014년 4.6%(92만대)로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건당손해액(대물담보 기준)은 966만원에서 1204만원으로 늘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물적담보, 특히 대물배상 보상제도가 보상원리에 부합되게 운영되도록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63년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자배법) 시행 이후 대인배상 보상제도는 잘 정비돼 온 것으로 평가받는 데 반해 대물배상 보상제도는 상대적으로 허술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게 보험업계의 중론이다. 대물배상에 대한 가입은 2005년 의무화했지만 법령정비 등의 후속조치가 미비하다보니 보험사기 등 모럴해저드 발생에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 수리비만 1억4000만원이 넘는다며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거제 람보르기니 사고’가 대물배상 시스템의 허점을 노린 대표적인 사례다. 이 사고는 거액 보험금을 노린 자작극으로 결론났다. 당시 람보르기니 차주가 보험사에 청구하려 했던 수리비는 9900만원이었지만 실제 수리비는 500만원 안팎이었다.
■ 보험硏 “대물배상 제도 대인배상 수준으로 격상해야”
보험연구원은 보험금청구권을 정비업자에게 위임하는 제도를 비롯해 정비요금고시제, 자동차 정비수가 분쟁위원회 설치 등을 자배법 개정을 통해 대물배상 제도에서 모럴해저드를 유발할 수 있는 요소를 제거하는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기승도 보험연구원 박사는 이같이 주장하며 일례로 “보험금청구권을 정비업자에게 위임하는 제도는 피해자 또는 정비업자의 사고처리 중 불필요한 정비 등 모럴해저드 발생를 방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예상했다.
기 박사는 이어 정비요금고시제 관련, “기술적으로 명확한 작업시간을 고시함으로써 이해당사자 간 분쟁을 최소화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기 박사는 이 외에 “자동차보험 대물배상 약관에 따르면 렌트비, 추정수리비, 견인비 등을 보상원리에 부합되게 운영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며 “렌트비의 경우 동일차종을 배기량 기준으로 해 대차를 하도록 함으로써 고가차로 인한 렌트비 증가 현상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수리를 전제로 추정수리비를 받은 피해자가 실제 수리를 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칙적으로 추정수리비 지급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과도한 견인비, 불필요한 견인비 등 견인비 관련 문제는 소비자 불만의 대표적 사유라고 꼬집으면서, “이런 것들은 보험금 누수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대물배상 약관에 견인비 지급기준 신설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대물배상 제도 개선을 위해 자배법
[매경닷컴 전종헌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