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금 대출 연체자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실을 막기 위해서는 학업 성적이 낮은 학생은 대출을 제한해야 한다.”(금융연구원)
“돈 없는 것도 서러운데 성적이 안좋다고 학자금대출도 마음대로 못 받는다니···”(대학생 A씨)
한국금융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학자금대출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보고서에서 대학생 학자금 대출의 부실을 막기 위해서는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에게 대출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을 빚고 있다.
강종만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이 주도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제때 갚지 못하는 학자금 대출 규모가 3년새 60% 급증하는 등 학자금 대출 부실우려가 높다며 대출지원 대상자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자금대출 제한 대상자로는 ▲학자금대출 연체율이 높은 대학의 재학생이거나 ▲성직자 양성 등 특수목적 대학 재학생 ▲학업 성적이 낮은 학생이다.
학자금대출 연체율이 높은 대학과 특수목적 대학 졸업자, 학점이 낮은 학생은 취업 가능성이 낮아 학자금대출제도의 부실증가를 높일 것이라는 게 보고서의 논지다.
현행 학자금대출은 한국장학재단의 일반상환학자금대출, 든든학자금대출 등이 있다.
든든학자금대출은 소득 7분위 이하인 저소득층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학자금을 빌린 학생이 대학을 졸업하더라도 연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지 않으면 상환을 유예하는 혜택을 준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학자금 대출은 든든학자금의 증가로 2010년 이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0년 3조7000억원이었던 학자금 대출잔액은 2014년 10조7000억원으로 2.9배, 채무자 수는 70만명에서 152만명으로 2.2배 늘었다.
이 기간 든든학자금대출 채무자 수는 5배, 대출잔액은 7배정도 증가했다.
보고서는 하지만 “학자금대출의 상환실적이 매우 저조하다”며 “앞으로 상당한 부실과 이로 인한 정부의 재정적 부담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학자금대출의 원금과 이자를 6개월 이상 연체한 신용유의자가 2010년말 2만6000여명에서 2013년말 4만1000여명으로 3년 새 60% 가까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또 2010학년도부터 2013학년도까지 4년간 대학을 졸업한 든든학자금대출 채무자 가운데 대출금 상환을 시작한 채무자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68.3% 수준에 불과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보고서는 특히 “채무자의 취업률과 소득수준이 개선되지 않는 한 든든학자금대출의 상환율 개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학자금대출의 대출금 30∼50%를 감면하고 잔여대출을 최장 10년까지 분할상환하거나 최장 3년까지 상환을 유예하는 채무조정을 실시한 바 있다. 하지만 보고서는 “이 같은 유예조치는 임시방편에 불과해 장기적으로 학자금대출의 부실확대와 신용유의자 증가를 근본적으로 방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고서를 작성한 강종만 금융연구원 “든든학자금대출이 경영부실 대학의 재정지원으로 남용되지 않도록 지원대상 대학을 제한하고, 학자금대출 연체율이 높은 대학에 든든학자금대출 지원을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학업 성취도가 낮은 학생들에 대한 재정지원과 성직자 등 특수목적 대학에 대한 학자금대출을 제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서울 A대에 다니는 남모 씨는 “대학의 성적 산출은 대부분 각 대학내에서의 상대평가로 이뤄지는데 전국 대학별 학업 성취도가 천차만별인 상황에서 ‘공부를 못한다’는 기준이 모호하다”며 “성직자 양성 등 특수대학을 제한하는 건 일반대학의 잣
S대에 다니는 정 모씨도 “상당수 서민층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는데 그러다보면 공부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금융연구원 보고서대로 하면) 결국 서민층 금융지원이라는 학자금대출 근본취지 마저 흔들 수 있다”고 꼬집었다.
[매경닷컴 류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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