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액과 무관하게 ‘주택 수’만을 기준으로 과세를 강화하는 다주택자 규제는 이제 수정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매매차익을 노린 아파트 투자는 줄어든지 오래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정부의 과세 체계는 예전 주택 투기 시절의 ‘주택 수’ 기준 논리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이다. 주택가격보다 ‘한 채냐 두 채냐’를 기준으로 ‘다주택자’를 억제하면서 불합리한 차별을 받는 다주택자가 많다.
이러한 징벌적 과세로 인해 전·월세 주택을 공급하는 ‘민간임대주택 공급의 한 축’으로서 다주택자 역할이 약화, 전월세난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택거래 활성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물론이다.
다주택자들이 임대주택 공급에 기여하는 원리는 간단하다. 5억원 가격대의 집 100채가 있는 마을에서 모든 사람들이 집을 사야만 한다면 각자 5억원을 투입해야만 주거 공간을 구할 수 있다. 하지만 투자자가 두 채를 사 한 채를 세준다면 전세입자는 5억원보다 저렴한 3억원대 전세금을 주고 주거공간을 구할 수 있고, 전세를 사는 동안 목돈을 모아 내 집 마련 계획도 짤 수 있다. 초저금리시대에 돌입하면서 전세를 월세로 돌리려는 집주인이 많아졌지만 임대차시장의 ‘순수월세화’가 점진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완충판 으로서 다주택자의 역할은 여전히 유효하다.
구체적으로는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 기준을 ‘주택 수’가 아닌 ‘가격’ 기준으로 재정비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예컨대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은 주택공시가격이 1주택자는 9억원을 초과하면 납부 대상이지만, 다주택자는 공시가격 합산금액이 6억원을 초과하면 대상이 된다. 공시가격 3억원대 집 두 채를 가진 사람은 종합부동산세를 납부하지만 8억원대 집 한 채를 가진 사람은 납부하지 않는 불합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부모를 모신다든가 결혼으로 다주택자가 되는 등 불가피하게 다주택자가 되는 경우도 많다. 단순히 주택이 두 채라는 이유로 사회·경제적으로 불이익을 주는 것은 재검토할 때가 됐다. 종합부동산세는 1주택자에 대한 부과기준이 9억원인 만큼 다주택자도 여러 채를 합쳐 9억원이 넘을 때만 납부 대상으로 삼으면 형평이 맞다.
양도소득세 부과에도 주택 수가 영향을 미치는데 주택 금액을 따지면 거꾸로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2013년 말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폐지됐지만 장기보유특별공제에 대한 차별은 여전한 상황이다. 1주택자는 연간 8%, 최대 10년간 80%를 인정하는 반면 다주택자는 연간 3%, 최대 30%를 인정하는 선에서 머문다.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도 차이가 크다. 1가구 1주택자는 2년을 보유하면 고가주택이 아닌 경우 즉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서 비과세한다. 이에 비해 다주택자는 합계 금액이 9억원 이하라도 주택 수가 두 가구 이상이라는 이유로 세금을 물어야 한다.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도 다주택자가 2년 이상을 보유했다면 9억원 이하까지는 일정 기간(10년)을 정해 양도소득세를 비과세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2주택자라면 먼저 1주택을 처분해야 나머지 1주택 비과세 혜택을 받지만, 이것 역시 금액 기준으로 바꿔 비과세 요건을 정하면 임대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주택자 불이익을 줄이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주택매매시장 정상화와 전세시장 안정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거래량 증가로 인한 내수경제 유발 효과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집 한 채가 매매되면 이후 이사 수요, 인테리어 등 수리, 설비 교체, 가전제품 수요 등 경제 순환에 승수 효과가 크다는 얘기다.
주거 부담이 가중될수록 소비는 위축된다. 전세금 마련을 위해 대출을 하면 원리금 상환 부담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뒤집어서 임대주택 공급으로 가계 주거비 부담이 축소되면 소비 진작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통해 임차인 주거비가 10%만 감소해도 전체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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