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퇴직연금 상품이 금융 재테크의 ‘머스트해브(Must Have)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노후준비 수단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고, 이를 독려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도 퇴직연금에 대한 세제 혜택을 확대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퇴직연금은 은퇴 자금을 안정적으로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채권혼합형 상품이 현재까지 가장 인기가 크다. 다만 하반기부터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과 개인퇴직연금(IRP) 계좌의 총위험자산 투자 한도가 기존 40%에서 70%로 높아짐에 따라 국내외 주식형 상품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는 지적이다.
18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퇴직연금 펀드로는 지난 14일 기준 올해 들어 1조3236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퇴직연금 펀드로 이처럼 많은 자금이 유입된 것은 올해부터 퇴직연금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이 확대된 영향이 크다.
기존에는 개인연금저축과 퇴직연금 상품을 합해 연간 400만원까지만 세액공제 혜택이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DC형 퇴직연금이나 IRP 계좌로 추가 300만원 납입분에 대해서 세액공제 혜택을 더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대 700만원까지 세액공제 한도를 채우면 2015년도 연말정산에서 92만4000원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된다. 최근 소득세법 개정으로 종합소득금액 4000만원 이하, 근로소득만 있는 경우 총급여 5500만원 이하 계층은 예상 환급액이 115만5000원까지 늘어난다.
이렇게 퇴직연금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주요 증권사들과 자산운용사들은 시장상황에 따라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퇴직연금 상품을 내놓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 12일 시장 변화에 따라 주요 국가별 상장지수펀드(ETF)와 각종 펀드상품의 비중을 조절하는 퇴직연금 전용 펀드상품 ‘POP 펀드로테이션’을 내놓았다. 설정액 100억원 이상 30여개 펀드와 해외 38개국 ETF 중에서 펀드매니저가 국내외 시장 변화에 따라 투자비중을 조절(리밸런싱)해 자산을 배분한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퇴직연금 명품펀드셀렉션’ 역시 재간접형펀드로 자산과 개별 펀드의 특성에 따라 시장 상황에 맞게 투자 대상 펀드를 유지 혹은 교체한다. 시장 변화에 맞춰 자산배분과 포트폴리오 조정을 실시해 최상의 수익을 추구하기 위해서다.
국내 증시가 수년째 박스권에 갇힌 가운데 연금 상품의 수익성 제고를 위해서는 해외 투자 확대도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아시아장기성장주 퇴직연금’ 펀드는 아시아 장기성장주에 자산의 40% 이하를 투자한다. 국가별 투자 비중을 보면 중국 주식에 약 50%, 일본 주식에 30%, 국내 주식에 10%, 그리고 싱가포르를 포함한 다른 아시아 국가에 10% 수준으로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말 설정된 이후 4개월 동안 환헤지형(H)의 경우 16.2%, 환노출형(UH)의 경우 14.9%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한화자산운용의 대표 퇴직연금 펀드인 ‘한화100세시대퇴직연금글로벌헬스케어’는 ‘한화글로벌헬스케어모펀드’에 최대 40%, ‘한화퇴직연금증권채권모펀드’에 최소 60% 이상을 투자하는 상품이다. 글로벌 헬스케어 주식 투자를 통해 수익률을 높이고 채권 투자를 통해 안정성도 겸비해 인기를 얻고 있다.
기본적으로 전문가들은 투자 성향에 따라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일단 안정적인 성향의 투자자라면 채권혼합형 상품이 가장 무난하다고 보고 있다. 주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채권 자산을 60~70% 가량 채우고 나머지를 주식형 투자에서 초과수익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재 퇴직연금 펀드 약 7조원 가운데 97% 가량은 채권혼합형 및 채권형 상품이다.
박종현 NH투자증권 연금지원부장은 “퇴직연금 가입고객은 최초 가입한 이후 상품변경 등 운용에 많이 신경을 쓰지 않는 경향이 많기 때문에 퇴직연금 상품 자체가 충분히 분산투자돼 안정성과 수익성이 적절히 배분된 채권혼합형 펀드가 적절하다”고 말했다.
다만 기준금리 1%대 저금리를 맞아 앞으로는 주식형 또는 주식혼합형 상품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퇴직연금펀드의 평균 수익률을 살펴보면 주식형(주식혼합형 포함) 펀드의 1년(9.6%), 3년(18.6%), 5년(38.1%) 평균 수익률이 채권형(채권혼합형 포함)의 1년(5.7%), 3년(12.7%), 5년(25.0%) 평균 수익률보다 모두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연금 펀드 최근 1년 수익률 상위 5개 펀드 가운데 4개가 주식형 상품이었다. 삼성퇴직연금코리아중소형(24.5%), KB퇴직연금배당(22.7%), 이스트스프링퇴직연금업종일등(20.7%), 한국투자퇴직연금네비게이터(16.7%) 등이 가장 성과가 좋았다.
금융 당국에서도 퇴직연금 가입자의 수익성 향상을 위해 주식형 상품의 활성화를 위해 잇달아 대책을 내놓고 있다.
우선 지난 15일부터 주식형 및 주식혼합형 퇴직연금에 대해서도 환매수수료를 매기지 않기로 했다. 퇴직연금의 수익률 극대화를 위해 긴박하게 변화해가는 국내외 경기 상황에 따라 펀드를 갈아타는 것이 필요한데, 현재까지는 주식형 상품은 환매수수료가
또 오는 7월부터 DC형 및 IRP의 위험자산 투자한도도 70%로 상향된다. 기존에는 위험자산 한도 40% 규정 때문에 주식형 상품이 수요나 공급 측면에서 모두 관심이 없었지만 앞으로는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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