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3일만에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에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SK하이닉스가 현대차를 제치고 시총 2위에 등극하고, 삼성그룹주가 상위 10위권의 절반을 꿰찼으며, 포스코는 1995년 이후 처음으로 10위 밖으로 밀려났다.
2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 시가총액 2위에 올라선 SK하이닉스는 3거래일 연속 강세를 보이며 현대차와 격차를 벌리는데 성공했다. 이날 SK하이닉스 주가가 2.48% 오르고, 현대차는 0.64% 떨어진 탓이다.
한국신용평가가 SK하이닉스의 신용등급을 A+에서 AA-으로 상향 조정하면서, 이 회사의 △내부 현금창출 능력 △D램시장에서의 과점적 지위 △메모리 업황 호조 등을 높이 평가한 것이 투자심리를 되살렸다. 이 결과 SK하이닉스 시총은 지난 22일 34조8349억원에서 이날 36조1453억원까지 불어나며 현대차(34조3631억원)를 약 1조8000억원 차이로 따돌리게 됐다.
반면 현대차는 엔저 공습에 주가가 부진을 거듭하며 시총 3위로 뒷걸음질쳤다.
미국 금리 인상 우려로 달러화 가치가 치솟고, 엔화 가치가 떨어지자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현대차에게 또다시 불똥이 튄 것이다.
현대차는 작년 11월 4~5일에도 한국전력 부지 매입 이후 신저가로 추락하면서 시총이 SK하이닉스에 역전당했지만, 바로 이튿날 제자리를 되찾은 바 있다. 그러나 불과 반년만에 2위를 다시 내주는 ‘굴욕‘을 맛보게 됐다. 현대차에 납품하는 현대모비스도 시총 순위가 8위에서 10위로 내려왔다.
이와 함께 2011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를 이어 시총 2위였던 포스코는 기록이 존재하는 1995년 이후 처음으로 10위권 밖으로 밀려나게 됐다. 철강업황 부진이 길어지면서 다른 업종 대표주들에게 차례로 추월당해 이날 시총이 20조9248억원으로 11위까지 내려온 것이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대형주 시가총액 변동이 극심한 것은 전통 강자였던 자동차·철강업 악화 등 구조적 변화도 일부 반영하지만, 동시에 주식시장이 다소 투기적 성격을 띠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기업 펀더멘탈뿐만 아니라 지배구조 개편, 중국 소비테마 등 이슈에 따라 크게 휘청이는 양상”이라고 평가했다.
코스피 시총 순위재편이 이처럼 빠른 속도로 이뤄지면서 각 그룹사와 오너일가의 희비도 교차하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와 현대차의 시총 역전은 SK그룹과 현대차그룹 상황을 그대로 투영한다.
현대차그룹 전체 시가총액이 올 들어서만 7조원 넘게 증발하는 동안, SK그룹 시가총액은 오히려 4조원 불어나 명암이 엇갈린 것. 그룹간 격차가 10조원까지 좁혀진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은 11개 상장사 가운데 8개사의 시총이 쪼그라들어 작년 말 113조1134억원에서 전날 105조7335억원으로 6.52% 감소한 반면, SK그룹은 17개 계열사 중 14개사 덩치가 커져 작년 말 90조8874억원에서 전날 94조8389억원으로 4.35% 증가했다.
이처럼 현대차그룹주가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오너일가 지분가치도 급감했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부자의 지분가치는 전날 기준 각각 5조685억원과 2조4165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7583억원, 1조5321억원 줄었다.
반면 삼성그룹 오너일가의 표정은 밝다. 같은날 기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상장주식 가치는 9조7271억원으로 올 들어 1조1296억원 급증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의 상장주식 평가액도 각각 2조9006억원으로 이틀 만에 3910억원씩 늘어 정의선 부회장을 앞질렀다.
삼성 오너일가 3남매의 주식 평가가치가 급등한 것은 지난 26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발표 이후 증시에서 삼성그룹주 덩치가 부쩍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스피 시총 상위 10위개사 중 5개를 삼성 계열사가 석권하게 됐다.
삼성전자·제일모직·삼성전자우·삼성SDS·삼성생명 등 5개사 시총은 합병 발표 전인 지난 22일 288조6406억원부터 이날 289조3621억원으로 증가했다. 상장된 삼성그룹주를 전부 합하면 1
한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시가총액이 현 수준을 유지한다고 가정할 경우 합병법인 시총은 35조9810억원으로 SK하이닉스를 제치고 2위로 도약하게 된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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