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주가지수 산출기관인 MSCI는 9일(현지시간) 연례 시장재분류 결과 중국 A주의 신흥국시장 지수 편입을 유보했다고 밝혔다. 중국 A주는 2013년 신흥국 시장 편입을 위한 검토대상에 포함된 이후 두 해 연속 진입에 실패했다.
MSCI는 다만 중국 증권관리감독위원회(CSRC)와 실무 협의팀을 구성해 문제로 제기된 주요 사안들을 해결하면 일정과 관계없이 중국 A주를 조속히 편입하기로 했다.
MSCI는 중국 자본시장에서 후강퉁(홍콩-상하이 증시 교차거래)의 성공적 개시, 위안화적격외국인기관투자가(RQFII) 대상 확대 등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투자쿼터 분배 과정 신뢰성과 자본 이동 제한 등에서 아직 여건이 성숙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레미 브리앙 MSCI 리서치담당 이사는 콘퍼런스콜에서 "실무협의팀에서 문제점에 대한 논의의 진전이 있다면 내년 6월 예정인 정기리뷰 이전이라도 중국 A주의 신흥지수 편입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신흥국지수 편입이 결정될 경우 그 수준은 초기 전체 시가총액의 5% 수준에서부터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A주의 신흥국 지수 편입 불발로 수급여파를 우려했던 우리 증시도 일단 안도할 수 있게 됐다. 중국 A주가 내년부터 신흥국지수에 편입될 경우 같은 그룹에 있는 한국에서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축소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A주의 5% 편입 시 현재 15% 수준인 한국 비중이 0.2~0.4%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는 최소 6억달러(약 6000억원)~16억달러(약 1조600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간다는 추산이다. 액티브 펀드까지 영역을 넓히면 한국에서 유출될 수 있는 자금은 최소 20억달러(약 2조원)~68억달러(약 7조원)까지 확대된다. 따라서 이날 MSCI 결정은 한국 증시 초미의 관심사였다.
김동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당장 증시 수급상 변동은 피했지만 내년 6월 전에라도 A주 편입이 가능하다는 MSCI의 방침에 따라 그 시기 등을 예측하기 어려워 계속 증시에 불확실성으로 남아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편입 결정이 올해 3분기, 4분기 중 이뤄진다면 시장 변동성 확대와 맞물려 국내 증시가 감내할 수 있을지 염려된다는 것이다.
한국 증시는 이번에도 선진국 지수 편입 검토대상국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한국 증시는 2008년 선진시장 편입을 위한 후보에 올랐지만 6년 연속 선진시장 진입에 실패했고, 작년에는 아예 예비후보에서도 제외됐다. MSCI 선진지수에 편입되려면 먼저 검토대상에 포함돼야 하는데, 이번 탈락으로 한국 증시가 선진국 지수시장으로 이동하기까지 최소 2년이 넘게 걸리게 된 만큼 중국 A증시의 위협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검토대상에서도 탈락하자 정부 내에서도 한국이 글로벌 증시 변방국으로 추락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최근 각각 임종룡 위원장과 최경수 이사장 명의로 MSCI에 한국 증시의 선진지수 편입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또 미국 뉴욕 MSCI 본사도 방문했다. 최근에는 중국 A주뿐만 아니라 중동 최대부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증시까지 MSCI 신흥국 지수에 2~3년 안에 포함된다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 <용어 설명>
▷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지수 : 주식 채권 등 글로벌 최대 지수 산출기관이 제공하는 지
[전병득·손동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