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재테크의 기본은 ‘예금’이었다. 종잣돈을 꼬박 예적금 계좌에 넣어서 목돈 만드는 게 가장 기본이었다. 그런데 예금 금리가 1%대로 진입하면서 예금만 굴려서는 목돈을 모으기 어려워졌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에 가깝다.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고객들은 어떻게 자금을 굴려야할 지 몰라 고민이 많다.
지난 11일 김진표 씨(55·가명)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소식을 듣고 깜짝 놀라 농협은행에 전화를 걸었다. 김 씨는 “조금 있으면 정기예금 1억원이 만기가 돌아오는데 자금을 어떻게 운용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상담을 요청했다. 김 씨는 여느 50대들처럼 정기예금만 굴려온 안정 성향의 고객이었다. 김 씨와 만난 이지안 농협은행 경기마케팅추진단 과장은 “재테크 전략을 다시 짜야한다”고 조언했다.
◇현명한 재테크 전략은 분산투자
이지안 과장은 김 씨에게 “분산투자는 기대수익을 높이면서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대의 엘리베이터가 있는데 1대는 1개의 안전줄에 매달려 있고 다른 1대는 3개의 안전줄에 매달려 있다고 한다. 2대의 엘리베이터 중 어느 것이 더 안전할까? 당연히 3개의 안전줄에 매달려 있는 엘리베이터일 것이다. 분산투자는 한 자산에 투자하기 보다 여러 자산에 나눠서 투자함으로써 위험을 서로 상쇄시켜 주는 효과를 가져다 준다.
농협은행은 분산투자를 할 때 유동성, 수익성, 안정성 이 세가지를 고려하라고 조언했다.
첫째, ‘유동성’은 현금화 할 수 있는 자금으로 언제나 해지가 가능한 상품을 의미한다. 예컨대 정기예금은 중도해지 하면 이자손실을 볼 수 있고, 투자 상품은 중도 해지하면 원금까지 손실을 볼 수있다. 자금의 쓰임새에 따라 투자기간을 설정하는 것과 별도로 유동성도 필수적으로 확보해야한다.
둘째, ‘수익성’에는 위험이 뒤따른다. 특히 투자 상품은 원금 손실 위험이 있기 때문에 시장 전망과 자신의 투자 성향에 맞게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안정성’있는 상품은 위험은 없지만 수익률이 낮기 때문에 재무 목표에 도달하기까지 투자 기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을 유념해야한다.
유동성, 수익성, 안정성 이 세가지 조건을 다 갖춘 완벽한 상품은 없다. 농협은행은 이 3원칙을 고려해 재테크 분산 전략을 새로 짜라고 조언했다.
그래도 김 씨는 투자 상품에 가입하기가 두렵다. 이학용 경기마케팅추진단 단장은 “원금 손실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만큼만 여유자금으로 투자 상품에 투자하라”며 김 씨를 안심시켰다. 긴급 자금이 필요한 데 가입한 상품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면 곤란해지는 건 당연하다. 목표수익률은 연 4~5%대 정도가 적당하다.
◇ 1억원 정기예금 절반은 국내·해외주식·채권형 펀드로 분산 투자
농협은행은 김 씨에게 만기가 돌아온 정기예금 1억원을 펀드와 보험 상품에 분산 투자하라고 제안했다. 농협은행은 김 씨의 재무목표를 먼저 따져봤다.
김 씨는 5년 후에 들어갈 자녀 결혼자금과 10년 후에 필요할 노후 생활자금으로 각각 5000만원씩 필요하다. 재무 목표에 따라 김 씨는 자녀 결혼자금은 투자 상품으로, 노후생활자금은 연금보험으로 분산 투자하기로 했다.
투자상품은 주식형 펀드보다 위험이 적은 채권혼합형펀드에 더 많이 투자하기로 했다. 국내 주식은 최근 대형주의 실적이 둔화되고 있음을 고려해 상대적으로 성장세인 중소형주 펀드에 투자하기로 했다. 해외주식은 중국에 투자하는 펀드에 가입하기로 했다. 중국의 경기 부양 정책과 자본시장 개방에 따라 장기적으로 시장이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유승민 경기마케팅추진단 차장은 “자녀결혼자금은 투자 기간을 고려해 유동성과 수익성에 중점을 뒀다”며 “펀드 성과를 반영해 시장상황에 따라 투자 비율을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후생활자금은 좀 더 안정성에 중점을 두고 월 불입식과 거치식으로 두가지 종류의 연금 저축보험에 가입하기로 했다. 연금저축보험은 10년 유지시 비과세기 때문에 금융소득 종합과세에서도 제외될 수 있다.
이같은 포트폴리오로 김 씨가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은 4.4%다. 정기예금에 가입했으면 수익률이 1.57%에 불과한데 3배 가까이 올라간 것이다.
분산 투자했기 때문에 한 자산에 손실이 나더라도 다른 자산에서 손실을 만회할 수 있다. 김남호 경기마케팅추진단 차장은 “저금리 기조하에서는 저축에서 위험은 있지만 수익이 높은 투자상품으로 관심을 돌릴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분산 투
재테크도 일년 농사와 같다. 많은 생각과 노력이 들어갈수록 좋은 수확을 거둘 수 있다. 안윤민 경기마케팅추진단 차장은 “이제 돈이 일할 수 있도록 밭의 터전을 일구었으니 재무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열심히 가꾸기만 하면 된다”고 김 씨를 응원했다.
[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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