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8일 내놓은 한국형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안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파격적인 은산분리(은행자본과 산업자본 분리) 완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비금융주력자의 은행 지분 보유한도를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현행 4%에서 50%까지 허용키로 했다. 4월 중순 인터넷전문은행 태스크포스는 지분 한도 30%를 제안했지만 정부는 여기에 20%포인트를 더 늘렸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금융서비스가 나오기 위해서는 네이버와 다음카카오 등 ICT기업의 시장 진입이 반드시 필요한데, 지금처럼 보유 지분을 제한하면 이들을 끌어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도규상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은 “현재도 사업부 방식으로 인터넷 전문 영업을 할 수 있는 은행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고 최대주주로 참여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해외의 경우 모회사 인프라스트럭처 등을 활용해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한 곳이 성공적으로 정착했다”고 설명했다.
대신 안전장치를 만들었다. 비금융주력자 중 삼성, 현대차, LG, SK, 롯데 등 공정거래법상 자산총액이 5조원 넘는 61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규제완화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삼성은행, 롯데은행 등의 출현을 막은 것이다. 다만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중 금융주력자로 분류되는 교보와 미래에셋은 은산분리 규제를 받지 않는다.
대주주와의 이해상충을 방지하기 위해 대주주 거래 관련 규제도 강화한다.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가 현재 자기자본의 25% 및 지분율 이내에서 자기자본의 10%로 축소된다. 대주주가 발행한 주식 취득도 자기자본의 1% 내에서 전면 금지 된다.
금융위는 대면영업을 하지 않는 인터넷은행 특성상 거액의 법인대출을 활발히 할 수 없으므로 산업자본의 사금고화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있다.
업무범위에 제한은 없다. 법인대출을 허용해선 안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필요시 인가조건으로 막더라도 사전규제는 안 하기로 했다.
설립을 위한 최저자본금은 500억원으로 정했다. 시중은행은 1000억원 지방은행은 250억원이다. 대신 인가 과정에서 사업계획 타당성, 자본 확보능력 등을 따져보기로 했다. 주요 인가 심사기준은 △사업계획 혁신성 △주주구성과 사업모델 안정성 △금융소비자 편익 증대 △금융산업 발전 및 경쟁력 강화 기여 △해외진출 가능성 등이다. 인가심사를 할 외부전문가로 이뤄진 외부평가위원회도 만들어 운영한다. 건전성 규제도 설립 초기 3년 정도 예외를 인정해주기로 했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산정 시 초기에는 바젤I을, 나중에 일반은행처럼 한층 강화된 바젤Ⅲ를 적용한다.
그럼 연말이면 다음카카오은행과 네이버은행을 볼 수 있는걸까. 당국은 은행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여부와 무관하게 현행 은행법 제도아래 연내 1~2개를 출범시켜 시범운영해본다는 구상이다.
국회통과와 관계없이 9월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접수를 받고, 10~11월 중 심사를 거쳐 연내 예비인가를 내준다는 방침이다. ICT기업이 아닌 증권사 등 제2금융권이 중심이 된 인터넷은행이라도 먼저 출범 시키겠다는 것이다. 도규상 국장은 “현행법에 따른 시범 인가를 통해 인터넷전문은행을 조기 출현시키고 성공가능성을 검증할 필요가 있
은행법안의 국회통과는 지난 2001년과 2008년에도 은산분리 규제와 은행건전성 우려 등 이유로 인터넷은행 도입이 무산된 바 있어 이번에도 국회 논의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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