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해자 A씨 금융사기에 악용된 가짜 민원포털 사이트. |
A씨는 "가짜 사이트가 금융범죄 수단인데 경찰에 신고를 했는데도 해당 사이트가 차단되지 않아 당황스럽다"며 "범죄자가 또 다른 금융사기에 가짜 사이트를 악용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피싱이나 파밍(pharming)을 비롯한 서민 금융사기에 악용되는 경찰청, 검찰청 등 사정당국의 가짜 인터넷사이트가 범죄 이후에도 버젓이 활개를 치고 있어 추가 범죄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가짜 사이트의 차단 문제를 놓고 경찰과 금융감독원,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등 관련 기관 간 업무 협조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무 협조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달 26일 경찰청과 KISA가 사이버 원스톱센터 구축을 통한 공동 대응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지만 실제 금융사기 예방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로 책임을 미루는 사이에 추가 범죄 우려만 커지는 상황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은 범죄자를 잡는 역할을 맡고 있고 사이트 차단은 KISA의 몫"이라며 "경찰이 사이트를 차단할 방법은 없고 KISA에서 사이트를 그때그때 차단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KISA가 지난해 차단한 국내 가짜 정부·공공기관 사이트는 4307건이지만 실제 범죄에 이용되는 사이트 규모는 이를 훌쩍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KISA 관계자는 "24시간 운영하는 종합상황실에서 피싱 사이트 신고를 접수하면 사칭 여부를 확인한 후 국내 ISP업체에 요청해 보통 하루 안에 차단한다"며 "(A씨는) 경찰에서 우리 쪽에 차단 요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며 케이스에 따라 차단이 늦어지기도 하지만 매우 특수한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 범죄 사실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사이트를 즉각 차단할 법적 근거도 미비하다는 설명이
금융사기 신고·대응 체계가 은행과 금융감독원, 경찰청, KISA 등으로 분산돼 있다는 점도 문제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이나 은행을 통해 신고가 들어오면 (피해자에게) KISA에 연락해 해당 사이트와 관련한 조치를 해달라고 안내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석우 기자 / 백상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