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의 잇따른 소신 행보가 증권가의 눈길을 끌고 있다.
증권사 중 거의 유일하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무산 가능성을 제기한 데 이어 한국거래소의 상장을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해 여의도를 술렁였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증권 리서치센터는 전날 ‘한국거래소의 상장, 다시 논의하자; 허송세월 10년, 이제는 논의의 틀을 바꿔야 한다’는 보고서로 화제에 올랐다. 증권사가 거래소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내놓는 것은 유례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당국이 거래소의 코스닥 분리를 강력하게 추진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한화증권의 태도는 ‘튀지만 소신 있는’ 행보로 평가받고 있다.
박성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정부가 제안한 코스닥 분리, 대체시장 도입, 지주회사 체제 전환 등은 우물 안 개구리 수준”이라며 “거래소의 상장이 사업 효율화의 첫 걸음”이라고 강조해 당국과는 전혀 다른 의견을 개진했다.
앞서 지난 15일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며 시장을 흔들었다. 한화증권의 분석이 공개되며 제일모직은 7.14%, 삼성물산은 2.34% 하락했다.
김철범 센터장은 ‘소액주주를 위한 투자전략 제안’이라는 보고서에서 “삼성 측은 합병에 필요한 우호 지분이 부족해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이기기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합병이 성사된다고 해도 해외 소송까지 갈 가능성이 있어 삼성 측이 이번 합병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가능성을 높게 보는 상황에서 전혀 다른 견해를 표출한 셈이다. 다음 날 바로 교보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은 합병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서를 내며 한화 측 분석을 정면 반박했다.
한화증권의 이 같은 ‘파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에는 SK에 대해 증권가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매도’ 의견을 냈다. 직접적인 매도 의견보다는 보유, 시장수익률 기대 등으로 에둘러 표현하는 증권가에서 드문 일이다.
당시 이상원 연구원은 “SK가 SK C&C와의 합병을 앞두고 실제 실적이나 기업 가치에 비해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아왔다”면서 “”추가상승 여력이 적은 만큼 매도를 통한 이익실현을 추천한다“고 밝혔다.
실제 한화증권의 매도 보고서 비중은 국내 증권사 중 최고 수준으로 집계된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년 동안 투자의견을 제시한 국내 증권사 33곳의 매도 의견 비중을 조사한 결과, 한화증권은 4.6%에 달했다. 전체 증권사 평균 0.3%를 훌쩍 넘는 수치다.
이는 주진형 대표가 투자자를 위해 과감하게 ‘매도’ 보고서를 내야 한다고 강조해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 대표는 전체 보고서 중 매도 의견을 1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까지 한화증권이 제출한 35개의 기업 분석 보고서 중 3개가 매도 의견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목표에 근접한 셈이다.
이와 함께 최근 신설한 편집국도 ‘파격’ 중 하나다. 한화증권의 편집국에서는 리서치센터에서 발간하는 보고서와 상품설명서 등 고객에게 전달하는 모든 글을 감수해 ‘업계 용어’ 사용을 지양하고, 투자자의 이해를 돕기로 했다.
당시 주 대표는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논리적인 문장이 횡행하는 한국 증권가의 리서치 보고서를 없애겠다“는 의지를 내비
이와 관련,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최근 잇따른 파격 또는 소신 행보라고 평가되는 내용들은 사실상 고객과 투자자 보호라는 한 맥락으로 통한다“면서 ”객관적인 입장에서 문제 제기의 필요성을 느끼기 때문에 비롯된 것일 뿐 별다른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매경닷컴 김잔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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