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복병을 만났다. 자신들의 의뢰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에 대한 감정평가를 실시했던 한영회계법인이 엘리엇에 대한 소송 방침을 천명했기 때문이다. 이번 분쟁이 향후 엘리엇과 삼성 간 법정공방에서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영회계법인 관계자는 19일 "엘리엇은 애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에 투자하려 한다면서 양사 기업가치에 대한 감정을 의뢰했다"며 "엘리엇이 (일반투자 용도로 제공된) 자료를 삼성과 소송전에 증거자료로 제출하며 약속을 깬 만큼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합병 용도 보고서에는 미래의 현금흐름과 투자정보가 반영돼 있어야 하지만, 엘리엇에 제공한 보고서는 공개된 데이터에 기반해 작성된 순수 투자참고 자료"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한영회계법인 측은 이번 평가보고서가 법인 명의의 최종 승인 도장이 찍히지 않은 초안 상태 보고서라고 밝혔다. 실제 엘리엇이 제출한 보고서에는 작성 명의인이 삭제돼 있고 최종보고서에 포함돼야 할 표지(트랜스미털 레터)도 누락된 것으로 파악됐다. 회계법인은 최종보고서의 경우 수신자와 제목, 목적(용도) 등을 명기한 표지를 넣는다.
한영회계법인이 이처럼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자신들의 보고서가 이번 소송전의 증거자료로 사용되면서 회계법인 업계 최대 고객인 삼성그룹과 갈등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의도치 않게 삼성그룹과 분쟁을 벌이고 있는 엘리엇 측의 논리를 대변해준 셈이 됐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한영회계법인이 운이 없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4대 회계법인 중 안진회계법인과 삼일
엘리엇의 국내 홍보업무를 맡고 있는 뉴스커뮤니케이션 측은 "엘리엇 측에서 한영회계법인 주장에 대한 입장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오수현 기자 /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