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외국인 투자자금이 아시아 신흥국에서 급격하게 이탈하고 있다. 그리스 채무협상이 지연되면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미국 금리인상이 연내 이뤄진다는 전망이 강해지면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커진 탓이다.
22일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ER)에 따르면 지난 12일부터 18일까지 신흥국 주식펀드에서 21억480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그 전주(5~11일)에는 92억 7000만달러나 유출되면서 7년 4개월만에 최대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꾸준히 신흥국으로 들어가던 외국인 자금은 6월 첫째 주를 기점으로 빠져나가는 흐름으로 바뀐 것이다.
외국인 자금은 지난 19일까지 베트남을 제외하고 아시아 신흥국에서 일제히 순매도세로 돌아섰다. 대만에서 29억4400만 달러가 이탈했고 인도(-8억8200만 달러) 한국(-7억9900만 달러) 태국(-3억3100만 달러) 인도네시아(-2억7500만 달러) 필리핀(-2억2400만 달러) 등에서 글로벌 자금이 이탈했다.
신흥국 펀드에서 빠져나간 돈은 선진국 펀드로는 흘러 들어가고 있다. 지난 한 주(12~18일) 동안 선진국 주식펀드로 모두 129억3100만 달러가 유입됐다.
글로벌 자금 트렌드가 급격히 바뀌면서 최근 몇 달간 국내 주식시장의 최대 상승 동력이던 외국인 투자자들도 매도세로 방향을 급전환해 이달들어 코스피는 3.78% 나 하락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은 9조원이 넘는 순매수를 기록했다. 1월에는 1조 390억원어치를 팔았지만 2월부터 5월까지 꾸준히 ‘사자’에 나서 넉달간 10조 6114억원어치를 순매수 했다. 하지만 이달 초부터 외국인들은 순매도로 전환하더니 22일까지 1조원 안팎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지난 8일부터 이날까지 단 하루를 제외하고 연속 순매도한 것은 물론 지난 16일에는 3137억원어치를 한꺼번에 팔아치워 1월 6일(-3309억원) 이후 5개월여 만에 최대 규모의 순매도를 보였다.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면서 외국인 시가총액 비중은 작년 말 34.08%에서 33.36%까지 내려갔다.
외국인이 올 상반기 가장 많이 팔아치운 종목은 삼성전자(2882억원)로 나타났고 신세계(2602억원), 삼성중공업(2335억원)이 뒤를 이었다. 가장 많이 산 종목은 SK하이닉스로 9653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외국인 투자방향 전환은 증시 수급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8일이후 외국인 순매도 국면을 주도한 것은 영국계 자금일 것”이라며 “5월 영국계 자금이 5000억원 가량 순매도를 기록한 이후 이달에도 매도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남유럽 리스크 확대시에 영국계 자금 이탈이 존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그리스 사태로 인한 유사한 성격의 유출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리스 리스크가 여전하고 미국 연내 금리 인상이 확실시 되고 있어 외국인이 매수세로 돌아서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김승현 대신증권 글로벌마켓전략실장은 “만일 그리스 디폴트 우려가 가라앉는다면 외국인 매도세가 주춤할 수 있지만 미국 금리인상이 실제로 이뤄지면 다시 매도행진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 다시 돌아오려면 불확실성이 우선 해소돼야하고 정부가 추진하는 추가경정예산이 제대로 진행돼야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병연 연구원은 “그리스 합의와 메르스 공포 등 불확실성이 소멸되면 글로벌 자금의 신흥국에 대한 태도도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과거 정부가 금리인하와 추경에 같이 나섰던 경우 경기 상승과 함께 외국인 순매수 기조가 나타났다”며 “한은이 기
그러나 최악의 경우 그리스 문제가 파국으로 치닫고 추경 진행이 난항을 겪게 된다면 외국인 매도세가 더욱 가속화돼 향후 5조원 이상 외국인 매도 추가 물량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전병득 기자 / 손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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