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은행 누가 참여하나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사내에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설립 의사를 공식화했다. 이 팀은 혁신적인 사업모델을 구축하는데 주력하면서 사업을 함께 꾸릴 ICT 기업도 물색할 계획이다.
반면 정부의 도입 방안이 발표되기 전 가장 강력한 후보였던 키움증권은 모기업이 산업자본으로 분류돼 은산분리 조항의 벽에 막혀 시범사업자로 들어가는 것은 보류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업계 공동 설립의 불씨도 살아 있다. 올해 초 금융투자협회는 업계와 함께 인터넷전문은행 TF를 구성해 증권사 의견을 수렴하고 미국 인터넷전문은행인 찰스슈와브뱅크·이트레이드뱅크를 방문해 사례를 수집했다. 가장 적극적인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최근 금투협에 업계 공동 설립 추진을 제안했다. 회사별로 입장이 조금씩 달라 아직 뛰어든 회사는 없지만 1~2개 증권사만 더 참여해도 설립 작업을 진행할 기반이 갖춰져 있다. 이밖에도 KDB대우증권·NH투자증권·현대증권 등은 내부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검토 단계에 들어갔으며 은산분리 규제를 받지 않는 한국투자증권·대신증권·신영증권·메리츠증권도 잠재적 후보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 '1호' 사업자가 보험사 또는 증권사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업무 범위에서 일반 시중은행과 차이가 없고, 시범사업자는 은산분리 테두리 안에서 출범하는 만큼 가장 유력하다는 평가다.
증권사들이 인터넷전문은행에 뛰어드는 이유는 그간 은행이 쥐고 있던 '금융결제' 기능을 직접 담당하기 위해서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도 증권사 계좌에 투자대기성 자금이 들어와 있지만 지급결제나 현금보유 등의 목적을 위해서는 결국 은행 계좌로 이체할 수밖에 없다"며 "증권사가 인터넷전문은행을 개설할 경우 투자고객들에 대한 지급결제 등 금융서비스 강화에 방점이 찍힐 것"이라고 말했다. 예금을 받아 대출을 내는 고전적 은행의 사업모델을 답습해 경쟁하기보다는 증권계좌의 기능적 보강이 1차적 목표라는 의미로 은행의 업무를 빼앗아오기보다는 투자 고객들의 편의를 늘리는 미국식 모델을 따르자는 의견이다.
이 연구위원은 "미국 최대 인터넷전문은행 찰스슈와브뱅크는 예금의 85%를 채권 등에 투자해 예금자에게 이자로 준다"며 "우리도 증권사를 기반에 둔 인터넷전문은행이 여신보다는 운용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당국이 발표한 인터넷전문은행의 최저자본금 한도는 시중은행의 절반 수준인 500억원이다. 그러나 기본 전산시스템 구축과 판관비 등 초기 비용만 최소 2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되며 여기에 매년 소요되는 고정비용도 1000억원 이상 필요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시장의 안정성 등을 고려하면 최저자본금과 무관하게 적어도 2000억원 이상 자본을 확보해
현재 업계에서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모델은 증권사와 ICT기업의 결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증권사 독자 추진이든 업계 공동 설립이든 ICT 분야에서 어떤 사업 파트너와 손을 잡느냐에 따라 당락이 결정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석민수 기자 / 이용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