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기업공개(IPO) 준대형급으로 꼽혔던 미래에셋생명이 공모가 확정에서부터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내놨다. 공모가가 희망 공모가 밴드 하단을 뚫고 아래로 내려간 7500원으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저금리 기조 속 생명보험 업황이 좋지 않은데다 상장된 생명보험 업체의 주가가 공모가를 뚫지 못한 채 횡보하는 점도 투자 매력을 감소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 측은 오히려 낮아진 공모가를 통해 투자에 참여할 수 있는 주주 접근성이 높아졌으며 상장 이후 시장의 평가로 주가가 정상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미래에셋생명은 지난 22일부터 23일까지 이틀 동안 진행된 수요예측 결과 공모가액이 7500원으로 결정됐다고 공시했다. 당초 희망공모가 밴드는 8200원에서 1만원 사이였다.
경쟁률은 앞서 상장한 생명보험사 공모 때보다는 높은 40.3대 1을 기록했다. 지난 2010년 삼성생명 공모 당시 국내 기관투자자 경쟁률이 11대 1 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단 흥행에는 성공한 셈이다.
그러나 수요 예측에 참여한 기관의 절반 이상인 57.1%가 7500원~8200원 사이 물량을 신청하면서 공모가는 희망공모가 밴드 하단에도 닿지 못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생명보험 업종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좋지 않은 점이 반영됐다고 평한다. 현재 국내 증시에 상장된 생명보험사는 동양생명, 한화생명, 삼성생명 3사로 이들 주가는 모두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동양생명은 공모가가 1만7000원이었지만 이날 1만5350원에 거래를 마쳤고, 한화생명도 이날 종가 7890원으로 아직도 공모가 8200원을 회복하지 못했다. 상장 당시 엄청난 자금을 빨아들였던 삼성생명 역시 이날 공모가 수준인 11만원으로 마감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공모가는 수급을 통해 도출된 것이기 때문에 시장의 선택에 달린 것”이라면서도 “금리 인하 이슈로 보험주 투자가 위축된 가운데 미래에셋생명의 공모가가 그렇게 저렴하지 않다는 평가가 있었다”고 말했다.
보험주의 투자심리 위축 외에도 앞서 발행한 전환우선주(CPS)와 전환상환우선주(RCPS)의 오버행(대규모 대기물량 부담) 이슈도 공모가를 끌어내리는 데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생명은 보통주 전환이 가능한 전환우선주 2112만6760주와 상환전환우선주 704만2253주를 보유하고 있다. 만기는 내년 6월이다.
회사 측은 오버행 물량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해당 전환우선주에는 미래에셋캐피탈이 연복리 8%를 더한 금액으로 상환청구(풋옵션)을 받아주는 조건이 설정돼 있어 8% 수준에 달하는 이자를 포기하면서까지 물량을 내놓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8%의 내부수익률을 고려할 때 주가가 최소 1만3500원은 돼야 풋옵션(지분 매도권)을 행사하지 않겠느냐”며 “내년 6월까지는 보통주 전환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생명보험 업종 전체가 부진한 점이 공모가에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오
이어 “가능한 많은 투자자를 주주로 유치하고 싶다는 최현만 수석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기도 하다”면서 “상장 후 주가 상승 여력도 충분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매경닷컴 김잔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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