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코스피 ‘상저하고’를 예상했던 증권사들이 일제히 무색해졌다. 지난해 말부터 연초까지 쏟아졌던 ‘상저하고’ 전망은 박스권을 돌파하며 2100선을 훌쩍 넘긴 지수 앞에서 자존심을 구겼다. 국내 양적완화 정책의 효과가 지속된 가운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예상보다 늦춰진 것도 시장의 예상을 엇나가게 하는 요인이 됐다. NH투자증권만이 대부분의 증권사들의 전망과는 상반된 ‘상고하저’ 전망을 내놓으며 그나마 체면을 세웠다.
◆ 지루한 박스권 뚫은 코스피…3년8개월 만에 2100선 돌파
올 상반기 코스피는 드디어 박스권을 벗어났다. 연초 한때 1880선 초반까지 떨어지며 우려를 키우던 지수는 지난 3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대로 낮추며 랠리에 시동을 걸었다. 저금리 시대 투자처를 잃은 시중 자금은 증시로 몰려들었고 풍부해진 유동성은 지수를 밀어올렸다.
결국 지수는 4월 초 3년8개월 만에 2100선을 탈환하며 박스권 상단을 뚫었다.
같은 달 23일에는 종가 2173.41로 연중 최고치를 쓰며 2200을 넘봤다. 증시 활황에 거래도 폭증하면서 4월 일평균 거래대금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쳐 10조원을 훌쩍 넘었다. 월별 기준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10조원을 돌파한 것은 2011년 8월 이후 처음이다. 투자자예탁금은 2012년 이후 3년 만에 20조원을 웃돌았고, 대출을 받아 주식을 사는 신용거래융자잔고는 7조원을 돌파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풍부한 유동성은 유가증권시장 뿐 아니라 코스닥 시장도 들뜨게 했다. 상반기 코스닥은 연일 신기록을 경신하며 랠리를 펼쳤다. 지난 25일에는 750선을 돌파해 7년7개월만에 최고치를 새로 썼다. 코스닥 시장의 시가총액은 증시 활황에 200조원을 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말 대비 43.2% 불어난 셈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조기에 단행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잦아든 것도 국내 증시에 긍정적이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연내 출구전략을 시사하면서도 “금리인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냈다. 금리인상에 따른 시장 충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의도로 풀이됐다.
다만 하반기부터는 미국의 금리인상 준비가 본격화돼 이에 따른 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하반기 증시는 미국 금리인상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면서도 “이번 금리인상의 경우 이미 지난 해 말부터 사전 예고가 이어져왔기 때문에 단기 반응 역시 최소화될 여건이 마련돼가고 있다”고 내다봤다.
◆ ‘상저하고’ 깨지자 코스피 전망치 상향 잇따라
상반기 뜻하지 않은 코스피 상승에 일부 증권사들은 지수 전망치를 수정하느라 분주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대다수 증권사는 코스피가 박스권 등락을 지속하는 가운데 ‘상저하고’ 양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올해 코스피 예상 등락범위(밴드) 상단을 2050으로 제시했던 KDB대우증권은 목표치를 2200으로 변경했다. 유진투자증권은 기존 상단을 2100에서 2170으로 상향 조정했고, 신영증권도 2160에서 2230으로 높였다. 교보증권 역시 상단 목표치를 2150에서 2250으로 올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시를 전망할 당시 분위기가 의견에 반영될 수밖에 없는데, 지난해 말에는 최악의 실적 부진과 반토막난 유가, 미국의 출구전략 우려 등으로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다”면서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가 생각보다 빨리 진행된 것도 예상치 못한 변수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증권사들이 ‘상저하고’를 점쳤던 것과 달리 NH투자증권은 올해 증시 전망을 ‘상고하저’로 제시했다. 박스권에 머물렀던 최근 3년 내내 상저하고 전망을 내놨던 것과는 상반된 분석이다. 지난해부터 단행된 금리 인하가 상반기 유동성 확대로 연결되는 가운데 상반기 경기 회복이 예상된다는 점에서다. 국내 기업의 실적이 지난해 4분기 저점을 통과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봤다. 특히 정부가 상반기 재정 조기집행 목표를 58%로 설정하고 추가 재정 집행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 것도 변수로 넣었다.
강현철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 부장은 “우선 미국의 출구전략이 대외여건 상 예상보다 빠르게 단행되지 않을 것으로 봤고, 지난해 크게 하락한 유가가 국내 기업의 수익성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하는 등 국내외 여건을 다양하게 고려했다”면서 “맞추기 보다는 최대한 덜 틀리기 위해 다양한 시각과 변수를 혼합하면서 오류가 줄어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증권사들의 거시적인 방향성과 유망 업종은 대체로 시장 상황에 들어맞았다. 대형 수출주는 부진을 면치 못하는 반면 중국 관련 내수주와 배당확대주,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 수혜주가 상승할 것이란 예상은 실제 시장과 다르지 않았다. 아모레퍼시픽을 필두로 중국 관련 종목들이 큰
[매경닷컴 김잔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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