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까지 낮아진 기준금리에 갈수록 내려가는 채권 수익률을 보니 한숨이 나온다. 고수익으로 인기몰이 하던 중국펀드는 상승세 보다 가파른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고 그나마 안정적이라는 유럽펀드도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에 투자하기 망설여진다. 글로벌 증시 변동성 확대로 직접 주식 투자는 더욱 겁이 나는 상황. 리스크를 최소화하며 금리 수익 이상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상품은 없을까.
최근 메자닌 상품이 주목받고 있다. 건물 1~2층 사이 중간층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메자닌(Mezzanine)’은 금융투자업계에서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동시에 보유한 금융상품을 뜻한다. 특정 회사 채권에 주식을 연계시켜 주가 상승시 ‘채권이자+α(매매차익)’ 를 추구하는 구조로, 주식으로 전환하거나 주식을 살 수 있는 워런트(Warrant)가 붙은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교환사채(EB) 등이 이에 해당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가 하락으로 시세차익을 남기기 어렵더라도 만기까지 채권을 보유해 이자를 받을 수 있는 대표적인 중위험·중수익 상품이다. 채권 이자율의 경우 회사 신용등급에 따라 1~7%까지 다양하다.
시중금리 대비 높은 수익률과 안정성을 보유했음에도 메자닌이 큰 인기를 끌지 못한 이유는 높은 진입 장벽 때문이었다. 일반적으로 CB, BW, EB 등은 투자자를 정해놓은 사모 발행이 대다수라 개인이 물량을 구하기가 어렵고 직접 투자를 위해선 재무제표, 경영환경 등 기업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파악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던 것. 최근까지만 해도 메자닌 상품은 주로 3년 내외의 만기를 채우기 전까지는 환매가 불가능한 사모펀드 형태로 상품이 많이 발행됐다.
그러나 최근 증권사·운용사들이 잇따라 메자닌에 투자하는 상품을 출시하면서 투자자들게에도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23일 출시된 KDB대우증권의 ‘LS라이노스 메자닌 분리과세 하이일드’는 하이일드채권(신용등급 BBB+이하)과 공모주, 스팩(SPAC) 등을 투자대상으로 한다. 시장 상황에 따라 메자닌 운용 비중을 30~50%까지 탄력적으로 변동 가능하며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를 통해 공모주 10%를 우선배정 받을 수 있다. LS 자산운용에서는 가입금액과 인원제한이 없는 공모형태의 ‘LS라이노스메자닌분리과세하이일드펀드’를 출시하여 5일만에 150억원을 모집했다.
메자닌 상품 투자 시 가장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세금이다. 특히 펀드로 메자닌에 투자할 경우 투자수익의 대부분이 과세 대상이 되므로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금융소득 2000만원 초과)들은 유의해야 한다. 반면 메자닌을 랩어카운트에서 채권상태로 매매하면 비과세되고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와 결합한 상품으로 투자하면 5000만원까지 분리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세금 부담을 덜 수 있다.
예를 들어 종합과세 대상자가 메자닌 상품(16.5% 적용)에 5000만원을 투자해 3%의 채권이자와 주가 상승에 따라 5% 매매차익(채권상태)을 남겼다면 펀드 투자자가 부담해야 할 세금은 66만원(24만7500원+41만2500원)인 반면 채권 매매차익이 비과세되는 랩어카운트 투자자는 채권 이자수익인 24만7500원만 부담하면 된다. 세율을 41.8%까지 확대할 경우 펀드 투자자(167만2000원)와 랩 투자자(62만7000원)의 과세 격차는 100만원 이상 벌어진다. 분리과세 하이일드 투자자는 두 경우 모두 1인당 가입액 5000만원까지 이자·배당소득에 대해 종합소득세율 대신 원천세율(15.4%)을 적용한 61만6000원을 내야한다. 주식 상승에 따른 채권 매매차익이 클수록 세제면에서 랩 투자가 효율적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김경식 KDB 대우증권 상품개발실 파트장은 “저금리 기조가 한동안 지속될것으로 예상되고 지난해 발행이 금지됐던 분리형 BW의 발행을 부활시키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원회에 올라가 있어 하반기에도 메자닌에 대한 관심은 계속될 것”이라면서 “다만 메자닌 투자는 상품별로 조건이 다양해 투자자는 관련내용을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판매되고 있는 메자닌 랩 상품으로는 ‘신한명품 메자닌 공모주랩’이 있다. 이 상품은 지난해 10월말 출시 이후 누적 수익률 20%, 잔고 110억원을 돌파했다. 기본 이자수익이 4~5%인 증권·제지업종 CB, BW 등에 투자하는 동시에 기업공개(IPO)나 유상증자에 참여해 추가 수익을 추구한다. 이 상품은 물량의 10%를 우선 배정 받는 ‘공모주 우선배정 제도’가 상품에 적용돼 개인투자자에 비해 공모주 물량을 수월하게 확보할 수 있으며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최대 3년간 납입원금 기준 5000만원까지 분리과세 혜택(15.4%)을 적용받는다.
‘유진챔피언 자문형 공모주 메자닌랩’에도 주목해 볼 만하다. 지난달 설정후 일주일 만에 117억원이 몰린 이 상품은 하이일드, 메자닌 등 초우량채권과 공모주, 코넥스 등 주식에 투자한다. 채권 매매 차익에 비과세가 적용되며 만기까지 보유할 필요없이 중도 해지가 가능하다. 주로 사모 형태로 만들어지는 메자닌 펀드에 비해 계약기간이 짧아 부담없이 가입
이재신 신한금융투자 랩운용부장은 “메자닌 상품은 주식 등 일반적인 증권과 상관관계가 낮고 지속적인 성과가 기대돼 1%대 저금리 시대에 연 7% 이상의 높은 수익률을 원하는 투자자에게 추천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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