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7월 24일(18:06)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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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평가가 대우조선해양의 신용등급을 하향검토 대상으로 등재한지 일주일만에 BBB급으로 강등시켰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한기평의 갑작스런 조치에 시장은 다소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24일 한국기업평가는 대우조선해양의 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BBB+로 두 계단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신용등급 전망을 여전히 하향검토 대상에 등재해 추가 강등 가능성을 열어놨다.
지난주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손실 의혹이 불거진 직후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지난 16일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대우조선해양을 각각 A-로 한 계단 하향 조정하고 등급 전망을 하향검토 대상으로 등재했다. 당시 한국기업평가는 신용등급을 A로 유지한 채 등급 전망만 하향검토 대상에 올렸다.
한국기업평가는 “평가일 현재까지 반기 결산 검토가 마무리되지 않아 정확한 영업실적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최근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가 사내 담화문을 통해 2분기에 잠재 영업손실을 회계원칙에 따라 모두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점 등으로 미뤄 손실 규모는 2~3조원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적극적 회계처리로 자회사 손실을 모두 포함한 손실 요인을 모두 반영하게 되면 3조원 규모의 손실이 2분기에 인식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렇게 되면 자본이 1조5000억원 수준으로 감소해 부채비율이 900%를 넘어설 수도 있기 때문에 500%의 부채비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1조~1조5000억원의 자본확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기업평가의 이번 조치에 대해 시장의 반응은 분분하다.
한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햐향조정 검토 대상에 등재된 기업은 신용등급이 언제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대상“이라며 “그만큼 한국기업평가 쪽에서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면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일주일 사이 특별히 악화되거나 달라진 게 없는 상황에서 한국기업평가의 조치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 “지난주 타 신평사들의 등급 강등 조치와 보조를 맞추기 위함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기업평가의 조치로 채권시장에 적지 않은 충격이 전해질 전망이다. 이날 채권평가사들은 대우조선해양의 등급 하향 소식이 전해진 직후 민평금리 조정 작업에 바로 착수했다.
이날 나이스피앤아이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의 3년 만기 민평금리는 5.935%로 조정 전 대비 1.95%포인트(195bp) 급등했다. 5년물 역시 6.405%로 조정 전에 비해 156.5bp 치솟았다.
국내 채권평가사들은 신평사 3곳 가운데 1곳이라도 신용등급을 내리면 유효등급이 조정되면서 민평금리에 반영된다. 반면 상향 시에는 최소 2곳 이상의 신평사들이 등급을 올려야 민평금리에 적용된다.
민동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A-등급과 BBB+등급은 한 계단 차이지만 실질적으로 장벽이 굉장히 높아 등급 간 이동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실제로 올해 상반기 회사채 3년 만기 민평평균 기준 AA-와 A- 사이의 차이는 1.01%포인트인 반면 A-와 BBB-의 민평 차이는 4.89%포인트에 달했다.
[전경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