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 신도림역. 1번 출구를 나서면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와 홈플러스를 양 옆에 두고 버스 정거장이 늘어선 대로변이 쭉 뻗어있다. 출구 바로 앞 횡단보도로 대로를 건너면 1분도 채 안 돼 ‘신도림 아이파크’ 단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국내에서 최초로 100% 민간사업자가 서울 역세권에 지은 임대아파트라는 점 때문에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 모델로 꼽혀 국토교통부 공무원들이 한 달에 수차례씩 공부하듯 들렸던 곳이다. 이곳 주민 박민형씨(33)는 최근 결혼을 앞두고 신혼집을 구하면서 저렴한 월세에 강남으로 출퇴근하기 편리한 역세권이라는 점에 끌려 이 곳을 선택했다.전용면적 57㎡형이지만 인근 75㎡형 못지 않다. 주거비는 보증금 3억원에 월세 25만원 . 지난 2000년 입주한 인근 동아3차 아파트 전용 60㎡형 보증부 월세(보증금 5000만원, 월세 110만원)과 비교하면 보증금은 다소 높지만 월세는 저렴하다. 박 씨처럼 임대주택을 원하는 사람들 사이에 신도림 아이파크는 로망으로 통한다. 지난해 12월 청약 때 경쟁률이 3.99대 1에 달했다. 아파트 관리소장은 “신혼부부부터 자녀와 따로사는 중년부부와 혼자 사는 직장인까지 입주민이 다양하다”며 “입주 대기자도 5명 가량있지만 중간에 나간다는 세입자는 없을 만큼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바야흐로 임대주택 전성시대다. 임대주택하면 ‘집 없고 돈 없는’ 서민들만 사는 곳이라는 것은 이제 옛말이 됐다. 분양 아파트 못잖은 품질에 각종 생활편의시설과 교통망이 완비된 요지에 들어서는 요즘 임대아파트에는 오히려 중산층이 먼저 달려들고 있다. 30일에는 서울시에서 시세보다 20% 저렴한 임대주택 ‘서울 리츠’를 선보이기로 해 젊은층의 주거수요에 맞춘 임대물량도 나올 전망이다.
지금까지 ‘임대’라고 하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SH공사가 짓는 공공임대나 부영 같은 민간업체가 짓지만 국민주택기금 지원을 받는 임대주택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공공임대주택 100만, 민간임대주택 70만 가구 등 임대주택 200만 가구 시대를 눈 앞에 둔 상황에서 임대주택은 서민과 중산층의 대표적인 주거형태로 자리매김하는 추세다.
지난달 3일 청약접수를 받은 서울 금천구 독산동 ‘롯데캐슬 골드파크’는 민간임대 179가구 모집에 2497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13.9대 1에 최고경쟁률은 108.6대 1(전용면적 59㎡형)을 기록하면서 이틀 만에 계약을 끝냈다. 동탄2신도시에선 처음 분양전환형 민간임대단지로 지난 5월 초 청약한‘동탄 금강펜테리움 센트럴파크Ⅱ’는 814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1652명이 청약해 평균 2.0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용 84A㎡형은 88.6대 1을 보이기도 했다. LH가 짓는 평택소사벌 국민임대아파트는 자정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 오전 10시에는 대기자가 수백명에 달했을 정도다.
임대주택은 저렴한 임대료로 안정적으로 살 수 있다는 점 외에 분양 아파트 못지 않게 질이 높아졌다는 평이다. 이원식 대한주택건설협회 부회장은 “임대료가 주변 시세의 80% 수준으로 부담이 덜하면서도 판상형 4베이 평면에 파우더룸·드레스룸 등 특화설계 뿐 아니라 피트니스시설 같은 커뮤니티 시설도 수준급”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은 주택 임대시장 패러다임이 월세중심으로 바뀌는 것과 관련이 깊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역대 최저수준의 저금리 시대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사업자들이 수익을 위해 전세를 줄이고 월세 공급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월세 주택거래량 가운데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43.2%로 2011년 상반기보다 10.8%포인트 늘었다. 공급자 뿐 아니라 수요자들도 주판을 굴려봤을 때 이득이라는 생각에 과거와는 달리 과감히 보증부 월세를 선택하고 있다.
임대주택은 재테크 수단으로도 각광 받고 있다. 향후 분양전환을 통해 내집 마련을 하거나 시세차익을 얻는게 가능해서다. 인천·분당·판교 등을 중심으로 기존의 공공임대를 조기 분양전환하려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내 최초 공공임대아파트(10년 임대)인 송도웰카운티 3단지는 조기 분양전환 예정이다.
‘임대주택 전성시대’의 그늘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임대시장 양극화 문제다. 주판알을 굴려봤을 때 월세가 더 유리하다는 판단에 자발적으로 보증부 월세를 선택하는 중산층도 있는 반면 집을 살 돈도 없고 대출 여력도 없어 어쩔수 없이 월세로 ‘내몰리는’ 저소득층도 적지 않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중산층과 부자들만을 위한 임대주택 시장으로 개편될 가능성도 있다”며 “지역에 따라 적정 수준의 임대료를 책정하는 등 질 좋은 임대주택이 시장에 골고루 공급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5년·10년 공공임대주택을 짓는 건설사들이 향후 분양가를 미리 정해놓고 계약자들에게 입주 때까지 분양 대금을 절반 이상 받는 편법 영업을
[김태성 기자 / 김인오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