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경영권 분쟁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과 달리 갈등이 깊어지면서 경영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고, 기업 이미지 또한 추락하고 있어 투자자들이 등을 돌리는 모양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상장 계열사 8개사는 이달 들어 하락을 거듭해 나흘 동안 2조2300억원의 시총을 날렸다.
이날 롯데그룹 대표 상장사인 롯데쇼핑은 2.62% 하락한 22만3000원으로 거래를 마치며 이른바 ‘형제의 난’ 이전 수준으로 회귀했다. 장 중에는 3.93% 빠진 22만원으로 연중 최저가를 새로 쓰기도 했다.
롯데제과(-6.36%), 롯데하이마트(-4.88%), 롯데손해보험(-3.43%), 롯데케미칼(-0.41%), 현대정보기술(-5.13%) 등 다른 계열사들도 줄줄이 하락했다. 반면 장 중 8% 넘게 하락하던 롯데칠성은 장 후반 낙폭을 회복해 0.44% 오른 강보합으로 거래를 마쳤다. 롯데푸드는 전날까지 사흘 연속 떨어지다 이날 반등에 성공해 2.01% 올랐다.
롯데그룹 계열사 주가는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해임한 지난달 27일부터 요동치기 시작했다. 지배구조 개편에 따른 기대감이 주가를 자극했다. 롯데제과는 보유하고 있는 지분이 지배 지분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증권가 분석에 29일 장 중 219만원까지 치솟으며 연중 최고가에 근접하기도 했다.
그러나 상황이 진행될 수록 주가는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 차익실현 매물의 등장과 함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경영 불확실성이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롯데가 일본기업이 아니냐는 여론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고 일부 시민단체들의 불매운동 소식까지 전해지자 주가는 좀처럼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 역시 주가의 향방을 속단할 수 없다고 말한다. 어느 쪽으로도 쉽게 결론이 날 수 없는 상황인만큼 사태의 추이에 따른 파급효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유통담당 연구원은 “롯데그룹의 경우 지배구조 연결고리가 강하지 않아 주식시장 내에서 지배구조 개편에 따른 과한 기대는 자제해야 한다”면서도 “사실상 기업의 펀더멘털 외적인 변수가 크게 부각되고 있어 앞으로의 주가를 적절히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하락을 기회로 일부 롯데 계열사에 대한 저가 매수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도 내놓는다. 특히 롯데칠성의 경우 그룹 경영 향방과 상관없이 사업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김윤오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 한달 새 롯데칠성 주가는 18% 넘게 하락했지만 이는 오히려 매수 기회”라면서 “한국 음료업계 1위, 주류업계 3위의 외형을 보유한 롯데칠성은 경영 이슈에 관계없이 탄탄한 역량을
한편 국내 상장된 롯데 계열사 중 ‘롯데’ 이름을 달지 않은 현대정보기술은 시총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지난달 30일과 지난 3일 각각 29.82%와 18.40% 급등하며 시총이 불었으나 이날까지 3일 연속 떨어지며 상승분을 소폭 반납했다.
[매경닷컴 김잔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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