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러시아 주식시장이 바닥까지 떨어졌다는 판단에 러시아펀드에 1000만원을 투자했던 김 씨는 최근 수익률이 10%까지 떨어지자 환매했다. 국제정세 안정, 유가 회복 기대감에 수익률이 30%까지 오르면서 장기투자를 결심했지만 원유가격이 재차 하락하며 러시아 경기 전반이 침체에 빠지자 예측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밀려든 것. 단기간에 수익률 급등락을 경험한 김 씨는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일본펀드로 자금을 옮길 수 밖에 없었다.
해외펀드 투자자들의 신흥국 이탈이 본격화될 조짐이다. 상반기 급등세를 나타냈던 중국·러시아 등 신흥국 펀드 수익률이 하반기 들어 고꾸라지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선진국 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모습이다.
11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개 지역·국가별 해외펀드(주식형) 가운데 최근 한 달 간 자금이 순유입된 곳은 일본, 글로벌, 북미, 유럽 등 총 5개에 불과하다. 일본펀드에는 한 달새 1671억원이 들어왔고 글로벌(1113억원), 북미(489억원), 유럽(246억원) 등 선진시장으로 분류되는 지역들이 자금을 끌어모았다.
반면 나머지 15개 지역에서는 모두 자금 순유출이 이어졌다. 중국본토에서는 같은 기간 688억원이 빠져나갔고 홍콩H(-290억원), 친디아(-234억원), 브릭스(-199억원), 러시아(-130억원) 등 신흥시장 펀드 설정액이 일제히 감소했다. 브라질, 중남미, 신흥유럽 등에서도 지속적으로 자금이탈이 발생하고 있다.
신흥국 펀드에 대한 신뢰도가 무너진 것은 종잡을 수 없는 수익률 때문이다. 올해 초부터 6월 중순까지 평균수익률 50%를 웃돌던 중국본토 펀드는 최근 두 달간 37% 급락했고 러시아펀드는 석달 만에 3분의 1 토막났다. 자국통화(헤알화) 가치와 원자재 가격 하락 등 악재가 겹친 브라질펀드의 수익률은 최근 1개월 간 -11.74%, 연초 이후 -20.81%로 투자자들이 저점 매수시점조차 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신흥국 펀드의 기간별 수익률을 살펴보면 일반 개인투자자가 위험 분산 차원에서 투자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 분석 자료에 따르면 최근 1,3개월과 연초 이후 수익률이 모두 플러스인 해외펀드는 일본, 유럽, 북미, 글로벌 등 선진시장과 인도·친디아 펀드를 포함한 6곳이 전부다. 나머지 지역들은 연초 이후 수익률이 이익 구간에 있더라도 글로벌 변동성 장세가 시작된 1,3개월 동안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펀드 수익률이 기간별로 들쭉날쭉 하다보니 투자자들의 이익과 손실이 투자 시점에 따라 극명하게 갈릴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신흥국 펀드의 ‘롤러코스터’ 수익률은 일부 양호한 성과를 보이고 있는 시장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친(親)시장정책인 모디노믹스 기대감에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인도펀드의 경우 지난 6월10일부터 한 달간 수익률이 6.48%에 달했음에도 다음 한 달간 137억원이 빠져나갔다. 이미 중국본토시장의 폭락을 지켜봤던 투자자들로서는 신흥시장의 급등을 더 이상 믿을 수 없게 된 셈이다.
오는 9월께로 예상되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도 신흥국에서의 펀드 자금 이탈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박형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유동성 축소를 의미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은 결국 신흥국의 외국인
[이용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