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세가 조금 진정되나’하는 안도감이 깨지는데는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24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6포인트 가량 떨어진 1860선에서 시작했지만 장 초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오전 10시쯤 1872.86까지 올라서며 ‘3대 악재(중국 증시 우려·미국 금리 불확실성·북한 포격 리스크)가 진정되는거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코스닥은 전거래일보다 2.17% 오른 640.67까지 상승하며 기대감을 한껏 키웠다.
그러나 중국 상하이 증시가 개장하며 분위기는 180도 바뀌었다. 중국 주가가 폭락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 주식시장은 일시에 패닉에 빠져들었다. 오전 내내 ‘묻지마 투매’가 이어지며 코스피는 오후 12시20분경 1800.75까지 밀렸다. 장중 기준 2013년 6월26일(1772.49) 이후 2년 2개월만에 최저치다. 코스닥 역시 하락세로 전환하며 610.12까지 밀렸다.
중국 증시 폭락이 아시아 증시로 옮겨붙으면서 한국 증시는 하루 종일 출렁거렸다. 1870선까지 올랐던 코스피는 일시에 1800까지 밀렸다가 장 후반 진정되며 1829.81에 마감했다. 전거래일보다 46.26포인트(2.47%) 떨어진 수치다. 증시 변동성을 나타내는 코스피 200 변동성 지수, 이른바 공포지수도 10.07포인트(54.40%)나 급등한 28.58을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코스닥도 전날보다 13.72포인트(2.19%) 떨어진 613.33을 기록했다.
이날 코스피는 대형주(-2.6%)와 중형주(-1.8%), 소형주(-2.0%)를 가리지 않고 하락했다. 특히 대형주의 부진이 뼈아팠다. 시가총액 100위 안에 들어와있는 종목 중 오른 것이 LG전자 엔씨소프트 호텔신라 등 9개에 불과했다. 2개는 보합에 끝났고, 89개 대형주 주가가 하락했다. 삼성전자(-2%) 현대차(-2.4%) 한국전력(-3.6%) SK하이닉스(-3%) 등 시총 10위권 종목은 일제히 2~5%대의 하락률을 보였다. 장중 52주 신저가를 기록한 종목도 40개나 나왔다. 하한가는 코스피 시장에서 SK D&D가, 코스닥 시장에서 웹스가 각각 기록했다.
코스피 폭락을 이끈 것은 외국인이었다. 무려 7230억원의 주식을 내던지며 13거래일 연속 ‘팔자’를 유지했다. 이날 외국인의 하루 주식 매도금액은 미국 테이퍼링 이슈 후폭풍이 한창이던 2013년6월21일(-8009억원) 이후 최대치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달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 팔아치운 금액만 2조6037억원에 이른다.
금융투자업계는 국내 증시가 당분간 ‘시계 제로(0)’상태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중국 불안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미국 금리인상 이슈와 북한 도발 문제도 가라앉을 여지가 쉽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와 증시가 안정되지 않는 한 국내 증시도 회복하기 힘든 상황이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산되면 이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16%포인트(1.6bp) 하락한 1.693%에 거래를 마치며 사상 최저치(1.691%)에 근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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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 손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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