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가구 수가 2000가구에 육박하는 강동구 고덕주공3단지와 강남구 개포시영 재건축 단지 이주가 각각 2개월·4개월 늦춰진다. 재건축에 따른 이주 수요로 강남권 일대 전·월세 물량이 부족해지고 전·월세가 급등하는 등 임대차 시장 불안이 가중되는 데 따른 조치다.
서울시가 나서 대단지 재건축 이주 시기를 조절해서라도 일시적이나마 불안 요인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10일 서울시는 주택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한 강남권 3개 단지에 대해 일부 이주 시기를 분산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2012년 서울시가 관련 조례를 개정한 후 이주 시기를 조정한 첫 사례다. 심의 대상에 오른 재건축 단지는 강동구 고덕3단지(2580가구)와 강남구 개포시영(1970가구), 개포3단지(1160가구) 등 3곳이다.
이 가운데 단지 규모가 작아 영향이 덜하고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일찍 한 개포3단지만 원래 계획대로 9월부터 이주한다. 고덕3단지와 개포시영은 12월과 내년 초로 미뤄졌다. 심의대상 자치구 관계자는 "현 재건축 단지 세입자는 다른 단지와 전세보증금 격차가 커 몇 개월 늦추는 게 근본 해결책이 아니다"며 "이주 개시 후 이주를 원활히 지원하는 대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10일 서울시 주택정책심의위원회에서 자치구에 관리처분인가를 허락하지 않으면서까지 이주 시기 조정을 단행한 까닭은 그만큼 서울 전·월세난 심각성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앞서 6월에도 서울시는 거여2-2재개발구역 1499가구에 대해 이주 시기 조정을 심의했으나 조정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2012년 강동구 고덕시영, 송파구 가락시영 심의도 마찬가지였다.
서울시에 따르면 강남4구 주택은 2015년과 2016년에 각각 6239가구, 1만1000가구가량이 감소(멸실)하고 2017년에야 8619가구 늘어날 전망이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내년 멸실 규모를 6823가구로 예상했으나 내년 상반기까지 공급난이 더 심해질 전망이다.
강동구청에 따르면 이주를 시작한 고덕2단지와 삼익그린1차 4331가구는 서울시 2015년 주택 멸실 예정량 3만5000여 가구 중 12%에 해당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주택 전세금은 올 들어 4% 올랐다. 상반기 재건축 이주 수요가 발생했던 강동구는 9.4% 급등해 서울에서 가장 많이 뛰었고 강남구도 6.6% 상승했다.
서울시가 개입해 특정 재건축 단지 이주 시기를 조정하는 것과 관련해 재산권 침해 논란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 이주 시기 지연으로 발생하는 이자
시 조례 개정에 따라 조직적으로 이주 시기를 어기는 조합은 재건축 취소까지 가능해졌다.
[이한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