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저성장 국면에서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높은 인기를 누렸던 ‘주가연계증권(ELS)’이 흔들리고 있다. 글로벌 불확실성에 국내외 증시가 조정을 받으면서 조기상환 규모가 크게 줄어든데다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SCEI·H지수)로의 발행 쏠림에 금융당국이 경고음을 울리면서 전반적인 투자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유동성 축소와 신흥국 경기둔화로 상당기간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지금이야말로 ELS 투자의 적기라고 지적한다. 다만 종목형 ELS의 경우 개별 종목 투자 못지 않게 위험성이 큰 만큼 종목형보다는 지수형 상품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2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9월1일부터 22일까지 ELS 신규 발행액은 2조703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의 6조463억원이나 전년동월 8조3324억원과 비교하면 2~3분의 1수준에 그친 것이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월평균 ELS 발행액은 7조6335억원이었다.
9월의 남은 4거래일 동안 최대 1조원 가량 발행이 추가된다고 감안해도 9월 월간 발행규모는 4조원을 하회할 전망이다. ELS 월간 발행액이 4조원에 못미친 것은 지난 2013년11월의 3조1752억원 이후 1년10개월만이다.
9월 ELS 발행이 거의 2년만에 최저치로 줄어든 것은 홍콩 유럽 등 글로벌 증시의 동반 조정으로 조기상환이 줄어든 것이 주요 원인으로 파악된다. 올해 8월까지 월평균 조기상환액은 5조원을 넘었으나 9월은 22일까지 9898억원에 그쳤다.
ELS는 보통 3년 만기로 발행되는데 6개월마다 조기상환 기회가 주어진다. 지수형 ELS는 발행 이후 6개월 내지 12개월 때 주로 조기상환되는데, 상환된 자금이 ELS로 재투자되는 경우가 많다. 이달의 경우 조기상환 급감이 신규 발행 감소로 이어진 셈이다.
또 금융당국이 지난달 말 지수형 ELS 기초자산의 H지수 쏠림을 경고한 이후 투자자들의 ELS에 대한 불안심리가 커진 것도 원인이다. 보수적 성향의 판매사인 은행들의 경우 최근 영업점 창구에서 ELS 판매를 크게 줄인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사들도 공모형 상품에서는 H지수 발행을 잠정 중단했다. 사모형의 경우 강남권 부자 고객들의 투자 수요가 여전하지만 일부 증권사들은 사모 ELS에서도 가급적 H지수 발행은 줄이려는 움직임이다.
곽상준 신한금융투자 PWM 압구정센터 PB팀장은 “H지수가 올해 변동성이 컸기 때문에 H지수가 기초자산으로 포함되면 ELS의 연간 제시 수익률이 1~2%포인트 높아진다”면서 “글로벌 증시가 조정을 받았고 앞으로도 상당기간 불확실성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금이 ELS 투자의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최근 글로벌 증시의 조정국면에서도 지수형 ELS는 꾸준히 연 5~6%의 수익률을 내고 있다. 지수형 ELS의 월평균 상환수익률은 7월 6.0%, 8월 6.4%, 9월 5.5%다. 코스피 기준 원금손실조건(Knock-In)이 50%인 지수형 ELS에 투자하면 코스피가 1000선
다만 주요 대형주들의 주가 수준이 현재 낮은 편이라고 하더라도 종목형 ELS 투자는 여전히 유의해야 한다. 종목형 ELS의 월평균 상환수익률이 7월 -6.6%, 8월 -14.4%, 9월 -12.9%를 각각 기록했다.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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