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유례없는 저금리 시대를 맞아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 재테크의 암흑기라고 불릴 정도다. 9월로 예상됐던 미국 기준금리 인상은 일단 미뤄졌지만 여전히 중대한 불확실성 요인이다. 세계의 공장 중국의 경기둔화가 글로벌 경제에 미칠 파급력은 예단하기 쉽지 않다. 투자전문가로 꼽히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나 운용사 펀드매니저들조차 마땅한 투자 조언을 내놓지 못하는 이유다.
25일 매일경제신문은 추석연휴 이후 4분기를 앞두고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사장, 나재철 대신증권 사장, 장승철 하나금융투자 사장, 홍성국 KDB대우증권 사장 등 리서치 및 영업 고수 출신의 주요 증권사 사장들에게 올해 4분기 본인들의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바꿀 생각인지 물었다. 부동산을 제외한 금융자산을 100%로 봤을 때 현재 보유한 자산별 비중에서 4분기 중 변경을 계획하고 있는 자산별 비중을 비교했다.
증권사 사장들은 공통적으로 “현재 시장 상황은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보유 자산을 지키는데 집중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변동성이 높은 중국 등 신흥국 주식 비중은 낮추고 국내채권이나 지수형 주가연계증권(ELS)처럼 안전자산이거나 중위험·중수익 상품의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현재 신흥국 주식을 5% 가량 보유중인 장승철 사장은 4분기에는 이를 모두 처분할 계획이다. 장 사장은 “미국 금리인상 이슈가 불확실성으로 남아 있는 가운데 자금 이탈과 통화 약세 등 우려가 큰 신흥국의 비중을 축소할 생각”이라며 “내년 1분기까지는 주요국의 정책 기대로 간헐적으로 주가가 반등할 때마다 위험자산의 비중을 서서히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주식은 비중을 유지하되 성장형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가치·배당형으로 조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채권투자에서도 신흥국은 줄이고 국내나 선진국 채권을 늘리라는 조언이 많았다.
홍성국 사장은 신흥국 채권 비중을 현재 12%에서 9%로 3%포인트 낮추는 대신, 선진국 채권과 국내 채권을 각각 2%포인트와 1%포인트씩 늘릴 생각이다. 장 사장도 “국내 채권은 4분기 중 추가 기준금리 인하가 기대돼 투자 비중을 현재 12.5%에서 17.5%로 5%포인트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대석 사장은 선진국 주식이나 국내 주식, 신흥국 채권 등 위험자산은 일제히 각각 5%포인트씩 비중을 줄일 계획이다. 그는 “미국 통화정책에 관한 불확실성과 글로벌 저성장에 대한 우려 확산으로 4분기 중에는 공격적인 수익률 제고보다 안전자산 비중을 늘려 자산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 조정 등으로 저가매수 기회가 왔을 때 다시 위험자산 비중을 확대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증권사 사장들은 당분간 글로벌 주식시장의 불확실성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중위험·중수익 상품인 지수형 ELS 투자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나재철 사장은 ELS 비중을 현재 10%에서 20%로 늘릴 예정이다. 나 사장은 “세계 주식시장이 충분히 조정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지수형 ELS에 대한 투자를 늘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장 사장의 경우 금융자산 내 ELS 투자 비중을 현재 37.5%에서 42.5%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나 사장은 미국 주식형펀드 등 달러화 자산에 대한 비중도 10%포인트 확대할 계획이다. 그는 “세계경기가 바닥을 탈출할 경우 가장 큰 수혜는 미국 주식시장이 받을 수 있어 가격이 하락할 때마다 저가 분할매수로 접근할 생각”이라며 “원화 대비 달러화 강세로 인한 환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 사장은 해외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한 적극적이고 전술적인 자산배분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해외 ETF를 이용하면 다양한 투자 아이디어를 쉽게 실행에 옮길 수 있다”면서 “글로벌 자산배분 전략을 짜고 실행수단으로서 ETF를 적극적으로 활용해볼 만하다”고
현금보유 전략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소 갈렸다. 강 사장은 현금 비중을 현재 10%에서 30%로 크게 늘릴 생각이다. 반면 3분기 중 현금 비중을 높여놓은 나 사장이나 장 사장은 현금 대신 채권이나 ELS 등 안전 자산 또는 중위험 상품 비중을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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