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현대중공업은 전날보다 2500원(2.63%) 오른 9만7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현대중공업의 손자회사인 현대미포조선의 주가도 전날보다 1.35% 올랐다. 지난 22일 현대중공업의 자회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이 포스코 지분 1.5%(130만8000주)를 팔아 2261억원을 확보한 데 이어 지난 24일 현대중공업이 현대차 지분 1.44%(316만4550주)를 5000억원에 매각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자 시장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중공업그룹의 보유지분 매각은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전히 많은 관계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삼호중공업은 현대차 주식 1.03%를 보유하고 있다. 25일 종가 기준으로 3676억원 규모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여전히 5000억원이 넘는 실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현대삼호중공업이 보유한 현대차 지분을 추가 취득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하고 있는 KCC 지분 3.77%도 언제든 매물로 나올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이 보유한 현대상선 주식 16.6%도 재무구조 개선에 활용될 여지가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3조2000억원이 넘는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하며 위기를 맞았다. 지난 25일 현대중공업은 8월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1.09% 감소한 1조309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하는 등 최근 실적은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8월과 9월 새롭게 최길선 회장, 권오갑 사장으로 경영진을 교체한 후 일련의 고강도 개혁작업을 진행해 왔다.
내부적으로도 군살빼기에 주력해왔다. 전체 임원의 31%를 감축하고 최초의 생산직 출신 임원을 선임하는 등의 임원인사를 단행했으며 본부장 직함을 '대표'로 변경해 책임경영을 강화했다. 성과 위주 연봉제를 도입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했다. 지난 7월 30일에는 상반기 임원인사를 단행해 상무보 신규 선임자 중 절반 가까이를 40대로 채우는 등 세대교체를 했다.
핵심역량에 집중하기 위한 조직개편 작업에도 돌입했다. 조선 부문 영업력 강화를 위해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조선 3사의 영업조직을 통합한 '선박영업본부'를 출범시켰으며 '그룹 선박AS(애프터서비스) 센터'를 신설했다. 유상 AS 본격화를 통해 부가가치 창출에도 나설 계획이다.
2011년 현대중공업그룹의 자원개발 전문 투자회사로 설립했던 현대자원개발도 현대종합상사로 이관시킬 계획이다. 수익창출이 어려운 한계사업 및 해외법인들은 원점에서 재검토해 효율성을 높이고 수익성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구조를 개편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을 금융투자업계는 높게 평가하고 있다. 단적인 예는 공매도 비중에서 관측된다. 지난 7월만 해도 코스피 종목 중 공매도 비중이 가장 높았던 종목은 현대중공업이었다. 공매도가 전체 거래대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22.6%나 됐다. 지난 8월에도 공매도 비중은 21.3%에 달했지만 9월 들어서는 이 수치가 13.6%로 줄었다. 그만큼 향후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는 투자자 비율이 빠르게 감소했다는 뜻이다. 현대미포조선 역시 지난 7월 17.5%에서 9월 11.8%로 공매도 비중이 두 달 새 5.7%포인트 감소했다.
주가도 반등하고 있다. 8월 24일 8만1200원까지 내려갔던 현대중공업 주가는 지난 25일 9만7500원까지 올라갔다. 한 달 사이에 주가가 20.1% 오른 것
[용환진 기자 / 윤진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