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승승장구하던 한국항공우주와 하반기 IPO(주식공개상장) 최대어로 꼽혔던 LIG넥스원 등 방산주들이 잇딴 잡음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코스피 시가총액 40위권인 한국항공우주는 30일 6.99% 하락한 6만7900원에 장을 마쳤다. 전 거래일인 지난 25일 9.5% 떨어진 데 이어 이틀 연속 급락세다.
이는 록히드마틴이 차세대 전투기사업의 핵심 기술을 이전해줄 수 없다고 밝힌 사실이 알려진 데 따른 것이다. 군 당국은 지난 24일 “한국형 전투기 개발 사업이 당초 목표 시점까지 마무리될 수 있을지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이는 록히드마틴이 4개 핵심기술을 한국에 제공할 수 없다고 공식 거부했기 때문이다. 한국항공우주는 지난 3월 한국형 전투기(KF-X) 프로젝트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이에 따라 청와대 조사에 이어 사정 당국이 18조 원 규모의 초대형 국책사업인 KF-X 사업에 관한 전면조사에 착수할 경우 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 록히드마틴으로부터 4가지 핵심기술을 이전받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으면서도 가능한 것처럼 공언한 것은 국민을 기만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항공우주는 올초 3만원대 후반에서 출발해 한때 10만원대를 넘나드는 등 승승장구했지만 이번 사태로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올해 IPO 최대어로 꼽혔던 방산주 LIG넥스원도 ‘현궁 비리’에 얽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LIG넥스원은 방산비리 수사 중에도 꿋꿋이 상장 절차를 진행했지만 지난 22~23일 실시된 일반투자자 공모청약 결과 최종 경쟁률 4.74대1이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다. LIG넥스원의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경쟁률은 121대 1에 달했지만 희망공모가 밴드(6만6000~7만6000원) 상단으로 결정된 높은 공모가가 오히려 ‘독’으로 작용한데다 방산비리 수사에 따른 공모 일정 연기가 일반투자자들에게 찬물을 끼얹은 것으로 풀이된다.
LIG넥스원은 공모가를 산정하면서 한국항공우주와 한화테크윈 등 국내 기업 2곳과 록히드마틴 등 해외 기업 6곳을 유사 기업으로 선정하고 이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을 적용해 공모가를 산정했는데, 한국항공우주 주가가 고공행진 하면서 공모가가 지나치게 높아졌다.
LIG넥스원은 또 당초 이달 9~10일 청약을 진행한 뒤 18일 코스피에 상장할 예정이었으나 ‘현궁 비리’ 악재가 걸림돌로 작용했다. 지난달 25일 방위사업비리정부합동수사단은 육군 보병용 대전차유도무기 ‘현궁’ 개발 사업 과정에서 부실 성능 평가가 이뤄진 정황이 포착됨에 따라 LIG넥스원 본사와 하청업체 등 모두 5~6곳을 압수수색하고 납품
LIG넥스원은 다음달 2일 코스피에 상장할 예정이다.
[매경닷컴 윤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