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남산한옥마을에서 시중은행 재테크 전문가들이 만나 ‘중산층의 재테크 비법’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왼쪽부터 오인석 국민은행 WM컨설팅부 팀장, 정준환 KEB하나은행 투자상품서비스부 팀장, 박일건 우리은행 본점영업부 PB팀장, 오경석 신한은행 자산관리솔루션부 과장. [김재훈 기자] |
내년 1월 도입되는 ISA로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설왕설래가 오간다. 재형저축이나 소득공제장기펀드와 같은 기존 절세상품에 비해 비과세액이 적다는 지적이 있는 반면, 예·적금와 주가연계증권(ELS) 등 다양한 상품을 운용하면서 순수익에 대해서만 과세하기 때문에 투자용으로 적합하다는 주장도 있다. ISA는 이자소득이 연간 2000만원을 초과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기 때문에 연소득이 5000만원 이하인 경우에만 가입할 수 있는 재형저축 등에 비해 직장인들의 관심도 높다.
I ISA는 가입 직전연도 연간 금융소득이 2000만원 이하인 근로소득자, 사업소득자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한 해 납입한도는 2000만원이며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기간은 5년이다. 중간에 출금할 수 없는 것은 단점으로 지적된다. 단 15~29세의 총급여 2500만원 이하 근로자나 종합소득 1600만원 이하 사업자는 의무가입기간이 3년이다.
ISA가 도입되면 한 개의 통장으로 세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의 선택 폭이 넓어지게 된다. 직장인들이 연간 세금 혜택을 받으면서 저축할 수 있는 최대한도는 연금계좌 최대 700만원에 ISA 최대 2000만원까지 총 2700만원에 달한다. 매달 최고 225만원을 노후 자금으로 준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연봉 5000만원 받는 직장인, 저축하기 참 쉽지 않죠?”
시중은행 재테크 전문가들이 모인 자리에서 나온 첫 마디다. 세금이 ‘뚝’ 떼인 월급명세서를 받아들면 생활비며 카드값까지 돈이 빠져나가는 것도 순식간이다. 신혼집을 마련한 사람이라면 원리금을 갚아나가기에 벅차고 전세집이라면 2년뒤 주인이 올려 부를 전셋값이 또 걱정이다. 아이 학원비에 부모님 모시는 돈까지 합치면 저축은 꿈에도 못 꿀 일. 그런데도 내 노후를 챙기려면 쌈짓돈이라도 모아놔야 안심이 되는 형편이다. 이 같은 우리네 직장인들의 짐을 어떻게 하면 덜 수 있을까. 매일경제신문은 시중은행에서 중산층의 재테크 전략과 상품을 챙기는 팀장급 전문가와 함께 ‘중산층 직장인 재테크의 나침반’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정준환 KEB하나은행 투자상품서비스부 팀장, 오인석 WM컨설팅부 팀장, 박일건 우리은행 본점영업부 PB팀장, 오경석 신한은행 자산관리솔루션부 과장 등은 평범한 직장인으로서의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다음은 일문일답.
―연봉 5000만원을 버는 직장인, 재테크 어떻게 해야 할까.
▷ 오인석 팀장 〓 은행원들이 돈을 많이 버는 편이지만 실제 우리 직원들 보니까 생각보다 돈이 별로 없더라. 알고보니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이자 갚느라 힘든 것 같다. 집을 안 샀어도 전세자금 인상분 모으느라 바쁘다. 자녀교육으로 돈이 많이 들어가는 시기이기도 하다. 저는 일단 ‘아끼는게 남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담대에서 대출원리금을 줄여나갈수록 향후 부담해야 할 이자도 감소하기 때문에 잘 갚아 나가야 한다. 개인연금저축과 퇴직연금에 세액공제한도까지 불입해야 한다. 자녀대학 입학 때 학자금 용도로 중도인출 할 수 있는 저축보험으로 대비해야한다. 3년 투자상품으로는 국내혼합펀드를 권한다. 이 펀드는 상관관계가 낮은 주식과 채권이 섞여 있어 시장이 출렁일 때 덜 흔들린다는 부분이 긍정적이다.
▷ 박일건 팀장 〓 4000만~5000만원을 받는 직장인들은 거치식으로 돈을 넣어놓고 투자할 수 있는 여유는 사실상 많지 않다. 아무래도 적립식투자가 가장 합리적 대안이라고 생각된다. 1000만원을 2000만원으로 만들기 위해 수익률 5%로 운용한다면 14년이 걸리고 수익률 3%로 운용하면 24년이 걸린다. (현재와 같은) 1%대 저금리에서는 1000만원이 2000만원으로 불어나는데 70년이 걸린다. 1%대에 예금만으로는 자산증식은 고사하고 유지도 어려운 경제환경인 셈이다. 다만 절세상품과 적절한 리스크 회피로 1%포인트 수익률을 개선하면 자산증식의 시간이 줄어들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나는 절세상품들을 반드시 가입해야한다고 본다.
▷ 정준환 팀장 〓 과거에는 목돈마련을 위해 적금에 가입하고 만기에 해지한 다음 다시 새 상품에 가입하는 것만으로도 재테크가 가능했다. 하지만 1% 저금리 시대에는 투자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우선 목돈 마련을 위하여 ‘눈덩이’를 불리기 위한 초기 자산형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부동산과 같은 실물자산보다는 유동성이 좋은 펀드와 같은 금융자산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금융지식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적립식 국내주식형펀드로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펀드의 구성은 자산형성의 초기인 만큼 상대적으로 공격적인 포트폴리오로 짜는 것이 좋다. 국내외 주식형펀드를 중심으로 한 위험자산의 비중을 높게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직은 목돈이 많이 필요하지 않은 시기이며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만회할 기회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다만 나이가 들수록 위험자산을 안전자산으로 조금씩 재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 오경석 과장 〓 지난 2월 서울연구원에서 공개한 바에 따르면 서울의 가구당 한달 생활비는 월 314만원, 연간 3800만원 정도 든다고 한다. 계산해보면 실제 재테크에 투자할수 있는 자금은 1200만원 정도인 셈이다. 매월 100만원 정도의 저축을 할 수있다고 판단된다. 포트폴리오를 구성할때 가장 먼저 본인의 현재 상황을 살펴봐야한다. 단기 위주의 재테크 설계라면 안전성과 수익성 그리고 유동성을 고려해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필수 상품들을 포함한 포트폴리오를 설계해야 한다. 수익성을 고려한 투자상품에 투자한다면, 본인의 목표수익률을 명확하게 설정해두고 금융사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활용해 꾸준한 관심으로 재조정해야한다.
― 역시 절세상품 활용이 중요한 것 같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특히 관심인데 어떻게 짜면 좋을까.
▷ 정준환 팀장 〓 직장인들이 종합자산관리를 할 때 현재 세법에서 제공하는 절세제도와 ISA의 제도적인 특징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국내주식형펀드는 원래부터 매매익과 평가익에 대해 비과세이므로 ISA 편입할 필요는 없다. 또 해외주식형펀드도 전용펀드가 나오면 내년부터 총 3000만원(10년간)까지는 비과세 예정이라 ISA로 투자할 실익이 없다고 할수 있다. 따라서 손익통산 200만원까지 비과세와 초과금액에 대해 9.9% 분리과세 혜택을 적극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기예금 등의 확정금리형 상품과 국내외 채권형 펀드 등의 투자상품에 대한 적절한 분산투자가 필요해 보인다. 만약 위험중립형 투자자라고 한다면 은행정기예금에 400만원, 지수형 주가연계증권에 600만원, 미국금리 연동 채권형펀드 600만원, 국내 채권혼합형펀드에 400만원 등 총 2000만원을 연간 불입하는 것이 좋다. 불입액이 적다면 2:3:3:2의 비율을 유지하도록 하자.
▷ 오경석 과장 〓 ISA에 담을 상품은 예·적금이나 구조화 파생상품인 ELS를 추천한다. 다른 절세제도로는 세금혜택을 볼수 없는 ELS를 ISA로 담으면 그 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본다. 그뿐만 아니라 ISA 연간한도 2000만원에는 올해로 일몰이 되는 재형저축·소장펀드 한도와 통합관리된다. 따라서 직장인들은 예금으로는 재형저축을, 국내펀드투자는 소장펀드를 활용해도 좋을 듯하다. 다만 세제형 상품은 기간이 짧게는 5년에서 10년이라는 계약기간이 있으므로 주의해서 투자를 해야한다.
▷ 박일건 팀장 〓 내년 초부터 가입할 수 있는 ISA에 연간 2000만원 한도로 불입하고 역시 내년 초 출시되는 선진국에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해외주식투자전용펀드에 연 300만원을, 국내 대형주에 투자하는 연금저축에 연 400만원, 채권혼합형에 투자하는 퇴직연금IRP에 연 300만원까지 넣으면 절세혜택을 톡톡히 누릴 수 있다. 다만 ISA 계좌는 연간 2000만원까지 총 5년간 1억까지 불입이 가능한 계좌인데 연봉 5000만원 생활자에게는 저축액으로서 적은 금액은 아닌 것 같다. 불입액이나 절세액이 적다고는 하지만 재테크를 할때 필수적인 상품이라고 생각한다. 이 안에 넣을 수 있는 상품으로는 ELS나 예금 혹은 향후 본격적인 경기회복기가 올 경우 커머더티도 투자할 것을 권한다.
▷ 오인석 팀장 〓 다만 절세가 된다고해서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투자해 원금 손실이 생기면 곤란하다. 절세 상품이 아니면서 안정적인 상품을 골라서 투자하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본다. 예금이나 변동성이 작은 해외투자펀드가 중요하다. 주식보다 오르내리는 폭이 상대적으로 작은 해외펀드로는 멀티에셋 펀드를 추천한다.
― 직장인들 노후, 참 걱정이다. 어떻게 해야할까.
▷ 박일건 팀장 〓 은퇴생활을 위한 목적이라면 저축성보험도 선호되지만 연금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연금보험을 추천한다. 저축성보험과 연금보험이 공시이율 차이가 크지 않다. 기대여명이 점차 길어짐에 따라 경험생명표도 지속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을 고려하면 연금보험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 오인석 팀장 〓 두가지를 말씀드리고 싶다. 우선 금융과 비금융을 함께 준비해야 노후 대비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우선 금융부분에서는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을 절세 한도까지 채우길 권한다. 더불어 저축보험과 생명보험도 부담가지 않는 수준에서 미리 가입해놓는 것이 좋다. 투자는 국내외 투자상품에 적절히 분산하되 장기적으로 전망이 좋은 분야를 추천한다. 글로벌 노령화 상품으로는 글로벌 헬스케어나 바이오펀드가 있다. 아시아 여러 국가의 소비증가 테마에 맞춘 상품도 관심을 가지면 좋다. 비금융부분은 자녀교육과 자신의 은퇴후 경쟁력 강화를 들고 싶다. 자녀교육에 목돈이 들다보니 정작 자신은 못 챙기고 은퇴후 막막한 경우가 잦은데 노후에도 일할 수 있는 자신만의 장기를 미리 키워야한다.
▷ 정준환 팀장 〓 노후설계를 10 년 단위로 준비할 수도 있지만 상품을 10년 단위로 선택한다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생각한다. 10년 만기보험에 가입한다면 사업비가 저렴하기 때문에 연금보험보다는 저축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30대라고 하더라도 10년 주기로 보험을 가입하고 해지하는 것이 아니라 노후를 대비해서 세제혜택은 물론 소득공제 혜택이 있는 연금저축보험을 권유한다. 사업비 절감을 위해 저축보험을 가입한다면 적립기간을 장기간으로 설정하고 보험만기 전 연금전환을 하는 것이 좋다. 또 연금가입 시에는 무조건 높은 공시이율 상품을 고르기 보다는 가입회사의 안정성과 함께 최저보증이율, 연금수령방법, 연금수령 시 보증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시는 것이 중요하다.
▷ 오경석 과장 〓 대부분의 사람이 30·40대에는 노후 고민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50대에 준비하는 노후설계보다 10년만 앞당길수 있다면 그
[김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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