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국내 증시 랠리를 주도했던 제약·바이오 종목들이 7월 이후부터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차익실현 매물로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한데다가 미국발(發) 고가약 논란까지 겹치며 헬스케어 종목 전체에 대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탓이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제약·바이오주로 구성된 KRX헬스케어지수는 지난 7월 초 연중 최고점을 기록한 뒤 24% 가량 하락했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보건의료 분석평가 전문사이트인 팜스코어가 분석한 결과, 연중 최고점을 앞둔 지난 6월 말부터 지난 달 말까지 약 3개월 동안 87개 제약·바이오 상장사 시총은 11조원 넘게 증발했다.
상장한 제약·바이오사 가운데 시가총액이 증가한 기업은 12곳(13.8%)이었고 75곳(86.2%)은 감소했다. 10곳 중 8곳의 주가가 하락세를 면치 못한 셈이다.
다만 조정 속에서도 한미약품의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는 견조하게 상승, 몸집을 불리며 제약주 1위 자리를 재탈환했다. 앞서 한미사이언스는 7월 초 수년째 제약·바이오 대장주 자리를 지켰던 셀트리온을 밀어냈다가 금세 하한가를 맞으며 1위 자리를 뺏겼다. 당시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의 연구개발(R&D) 성과 기대감에 연초 대비 10배 이상 올라 시총 10조원을 넘겼다가 하한가를 맞으며 순식간에 3조원이 날아가는 등 부침을 겪었다. 다만 이날 기준 한미사이언스의 시총은 7조8916억원, 셀트리온의 시총은 7조8418억원으로 차이는 크지 않다.
반면 제일약품은 3개월 새 주가가 반토막이 나면서 시총 역시 절반 가까이 줄었고, 종근당바이오와 한독도 40% 이상 주가가 떨어져 시총이 감소했다. 알보젠코리아, 대웅제약, 녹십자엠에스 등
정보라 동부증권 연구원은 “국내 제약·바이오 종목의 경우 하반기까지 특별한 모멘텀이 없기 때문에 당분간 주가 조정이 예상된다”면서 “내년 상반기 주가 상승을 기대하며 전략적으로 저가 매수 기회를 노리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경닷컴 김잔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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