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 자리를 놓고 주사위가 던져졌다. 지난 20여 년간 신규진입이 없었던 국내 은행시장에 새로운 형태인 인터넷전문은행 진입이 허용되면서 금융권에는 기대와 우려 섞인 시선이 공존하고 있다. 지난 1일 카카오뱅크와 I-뱅크, K-뱅크 등 3곳의 컨소시엄이 금융위원회에 예비인가 신청서를 접수하면서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다. 이제는 금융당국이 예비인가 중점심사 기준으로 내세운 ‘혁신성’을 살리기 위해 이들 컨소시엄이 내세운 사업모델에 관심이 쏠린다.
모든 컨소시엄들은 영업창구에 가지 않고 금융 업무를 볼 수 있게 하자는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해 모바일 금융 플랫폼을 기본 골격으로 삼았다. 금융당국이 3개 컨소시엄에 대해 각자의 특성과 혁신성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으면서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톡이라는 모바일 메신저를 기반으로 KB국민은행과 한국금융지주, 우정사업본부 등의 금융 플랫폼을 결합했다. 이 컨소시엄에는 중국 인터넷 서비스업체 텐센트와 미국 인터넷 경매사이트 이베이도 참여했다. 이를 바탕으로 해외시장에서도 고객 선점에 나서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인터파크의 I-뱅크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금융 특화전략이 가능하다는 점이 강점이다. I-뱅크는 유통업체를 바탕으로 한 상거래 빅데이터 분석과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금융 노하우 등을 접목해 중기대출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K-뱅크는 19개 최다사가 참여한 만큼 네트워크 인프라가 최대강점이다. 다양한 소매유통체인을 보유한 GS리테일 등이 함께하며 3개 입찰자 중 유일하게 온오프 결제회사가 모두 참여했다. 다양한 업종 업체들과 손을 잡은 만큼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모바일은행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겠다는 취지다.
내년 인터넷전문은행이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하면 중금리 대출 시장 활성화가 기대된다. 연 10% 안팎의 대출 상품이 쏟아지게 되면 카드·저축은행·대부업체 등 기존 금융사도 가격인하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와 I-뱅크, K-뱅크 등 3개 컨소시엄이 제시한 핵심 사업은 중금리대출 분야다. 현재 국내 금융 대출시장은 연 3~5%대의 은행권과 연 15~34%의 2금융권으로 양극화돼 있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이 기존 은행이 갖고 있지 않은 여러 상거래 정보를 활용해 새로운 신용평가시스템을 내놓을 경우 대출 금리를 크게 낮출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카드사나 저축은행에서 연 20%대로 돈을 빌려야 했던 이들이 연 10~15%대 돈을 빌릴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정보통신기술(ICT)기업이 참여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으로 혁신적인 금융서비스가 나오고, 시중은행 간 경쟁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장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을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기존 은행 서비스와 차별점이 없고, 보안성이 취약할 것이란 부정적 전망과 혁신적인 서비스가 나올 것이란 기대감이 혼재하고 있다. 그럼에도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하지 않는 은행들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출현이 또 하나의 경쟁상대 출현으로 보고 있다. 이에 KEB하나은행과 신한은행, NH농협은행 등은 비대면 채널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한 다양한 핀테크업체들과 협력을 통해 상호발전을 꾀할 방침이다.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에 따른 기존 금융산업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서는 은행권에 활력을 불어넣을 ‘메기’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는 반면, 오히려 기존 금융생태계의 물을 흐리는 ‘미꾸라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반대의 견해가 상존하고 있다. ‘메기이론’은 기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적절한 위협요인과 자극이 필요하다는 경영이론으로, 미꾸라지 천적인 메기를 같은 수조에 함께 넣어 키우면 메기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미꾸라지가 더욱 강해진다는 의미다.
K-뱅크와 I-뱅크에는 각각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이 참여하고 있는데, 이들 모두 중금리 대출시장으로 겨냥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위비대출을 통해 모바일을 통한 중금리대출의 가능성도 확인했다. 7등급까지의 중·저등급 신용자를 대상으로 했지만, 실제 70% 이상은 1~5등급까지의 우량신용등급의 소비자들이 이용했다. 소액대출이어서 편리하고 신속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점이 성공 요인이다. 이러한 특성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중금리 대출이 반드시 중등급 신용을 가진 고객뿐 아니라 좋은 신용등급을 가진 사람들도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처럼 진행되면 지금까지 중금리 대출 상품 등 틈새시장 공략에 소극적이었던 은행들도 적극적으로 상품을 내놓거나 이들 고객의 이탈을 막기 위한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 같은 경쟁 과정에서 다양한 신용평가 툴이 만들어지고, 혁신적인 상품들이 나오면 은행산업의 발전으로 이어지게 된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선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보다 경쟁력 있는 금융상품을 제공받게 된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청사진만 믿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은행사업(인터넷뱅킹 등)과 차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실패할 확률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운영비용 측면에서는 장점을 가졌지만 자금력이나 노하우 측면에서는 기존 은행을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라며 “과거 미국의 많은 인터넷전문은행들도 기존 은행과 차별성을 두지 못해 절반 이상이 퇴출되거나 생존하더라도 규모의 경제 달성에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대부분의 인터넷전문은행은 설립 초기 신규고객 유치를 위해 금리와 수수료 등에서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며 “하지만 다른 은행과 차별화되는 혁신적인 상품이나 서비스가 없을 경우 금리·수수료 정상화 과정을 통해 적자경영에서 벗어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는 이달 중 금융감독원 심사, 11∼12월 중 외부평가위원회 심사를 거쳐 12월 중 결정될 예정이다. 심사 배점은 1000점 만점에 사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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