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홍콩항셍기업지수(HSCEI·이하 H지수)와 연계한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원금 손실 우려와 기초자산 쏠림현상 지적으로 사실상 발행을 중단했던 H지수 ELS가 다시 시장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기조는 여전히 H지수 ELS 발행량을 줄여야 한다는 견해지만 업계에서는 시장 수요가 있는 상황에서 무작정 중단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H지수가 최근 수개월 동안 큰 폭의 조정을 받아 1만선 수준까지 내려오면서 추가 폭락 가능성이 낮아진것도 H지수 ELS 발행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은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를 모집을 재개했다.
이미 한국투자증권이 이달 초 H지수와 유로스토톡스50(EUROSTOXX50)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TRUE ELS 6455회 2in1 스텝다운형’을 모집했고, 대우증권은 이날까지 ‘KDB대우 제14824회 공모ELS’, ‘KDB대우 제14826회 공모ELS’, ‘KDB대우 제14827회 공모ELS’ 등 H지수를 낀 3개 ELS 상품을 판다.
또 NH투자증권은 16일까지 ‘NH투자증권 ELS 제11692회’ 등 H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쓴 ELS 3개 상품 청약 접수에 들어갔다. 신한금융투자도 같은 날까지 H지수를 활용한 ELS 상품 5개 판매한다.
이 밖에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대신증권 등 다른 주요 증권사들도 H지수 ELS 발행 절차에 들어갔다.
앞서 H지수가 6월 고점(1만3857.19)을 찍고 대외 불확실성에 30% 가까이 폭락하면서 대규모 ELS 원금 손실 우려가 제기되자 금융당국은 지난 8월 말 사실상 발행 중단을 권고하는 조치를 내놨다.
당시 금융위원회는 ELS 등 파생결합증권의 기초 지수가 특정 국가로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는지 지켜보고 필요하면 행정 지도로 제한 조치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존에 발행된 ELS의 기초자산이 H지수 위주로 설정되면서 중국 증시 불안에 따른 피해가 예상보다 컸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실제 6월 말 기준 H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한 파행결합증권 잔액은 36조3000억원으로 전체 파생결합증권 발행 잔액 94조4000억원의 38.5%를 차지했다.
이에 증권업계는 금융위의 권고에 따라 지난달 초부터 최근까지 H지수 ELS 발행을 잠정 중단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구체적 지침은 나오지 않은 가운데 당국과 업계의 논의도 지지부진한 흐름이 계속되자 업계에서는 일단 시장 수요가 있는 H지수 ELS 발행을 다시 시작하고 나섰다.
특히 이미 고점 대비 23% 이상 조정을 거친 H지수의 투자 매력이 높아진 점이 증권사들의 ELS 발행을 부추겼다. ELS가 원금 손실이 나려면 대체로 가입 시점보다 40∼50% 이상 기초 자산 가격이 폭락해야 하는데 이미 바닥권에 있는 H지수가 또다시 절반 가까이 폭락할 가능성은 작아 보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오히려 다른 국가 지수보다 기초 자산으로서 안정성이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의 수요가 있어 대부분 증권사가 다시 H지수 ELS 발행을 재개한 상황”이라며 “현 H지수 수준에서는 오히려
9월 말을 기준으로 ELS와 DLS(파생결합증권)의 발행 잔액은 총 96조3000억원이며 이 중 H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한 상품의 비중은 37.9%(36조5000억원)으로, 지난 6월 말과 비교해 큰 변화는 없는 상황이다.
[매경닷컴 김잔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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